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초 내부통제·상생금융·밸류업·영업력 강화 등을 강조한 가운데 상반기 영업이 마무리됐다. 4대 금융지주는 상반기 무난한 실적을 거둘 전망이나 하반기부터는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배드뱅크,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이 잇따라 발표되며 경영전략에 영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각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수익 감소로 비이자이익과 신사업에 더욱 몰두할 전망이다. <편집자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비은행 강화 전략을 기반으로 '리딩금융' 타이틀을 사수해 왔다. 올해 하반기 역시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리딩금융 굳히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 실적 개선과 내부구조 정비 등이 양 회장의 숙제로 꼽힌다.
특히 양 회장은 밸류업을 위한 자본건전성 관리와 질적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남은 임기 동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금융 혁신에도 더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2일 SK증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 1조6252억원의 당기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3% 감소한 수치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62.9% 증가한 1조6973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기준 창립 이래 최대 기록을 세웠다. 2분기에는 당기순이익이 일부 하락했지만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나온다.
SK증권은 KB금융이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으로 5조52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KB금융은 은행·비은행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리딩금융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 이익기여도 40%···양 회장 '비은행 강화 전략' 통해
KB금융은 2024년 연간 순이익 5조782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5조원 시대를 열었다. KB금융이 리딩금융을 사수한 데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회장은 2023년 말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에서 비은행 계열사의 대표를 모두 교체하며 새로운 진용을 꾸렸다. 비은행 계열사에 지주나 은행 인사를 보냈던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비은행 부문 대표를 내부에서 다수 발탁하는 방식을 취했다.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서는 이환주 전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KB국민은행장으로 임명했다. 비은행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국민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건 이환주 현 KB국민은행장이 처음으로, 양 회장의 비은행 강화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양 회장은 이외에도 꾸준히 비은행 사업 강화를 주문해왔다. 양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보험, 투자운용, 자산관리, 글로벌 등 4대 영역에서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한층 높여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 결과 KB금융은 증권과 카드,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가 지난해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이익기여도를 40% 수준까지 올리는 결과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KB증권은 지난해 58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0.3% 급증세를 보였다. KB손해보험도 17.1%, KB국민카드 14.7%, KB라이프 15.1% 등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밸류업 실질적 원년···자본건전성 관리·주주환원 이행 집중
KB금융은 올해를 밸류업 공시 이행을 위한 실질적인 원년으로 삼고 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주주환원 강화, 자본비율 관리, RoRWA 제고와 함께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은 흔들림 없이 이행할 것이며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고객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KB금융은 2025년 재무적 실적뿐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리딩금융 그룹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남들보다 반걸음 빠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밸류업 계획의 이행, 자산건전성 관리, 고객 자산의 안정적 관리 등 3가지 측면 모두에서 흔들림 없는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자본건전성의 대표적 지표로 꼽히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KB금융의 CET1은 올해 1분기 기준 13.67%로 지난해 말(13.53%) 대비 0.14%포인트(p)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13.27%), 하나금융(13.23%), 우리금융(12.42%) 등과 비교하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2024년 연말 CET1비율 13%를 넘는 잉여자본을 올해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 중 CET1 비율 13.5%를 넘는 잉여자본은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임기 반환점 속 은행 실적 개선 과제···AI 금융 혁신 "주목"
양 회장의 임기는 내년 11월 만료로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KB금융은 내년 중반 본격적인 후속 인선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에 비해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양 회장은 타 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 부문 실적 기여도를 40%까지 올리는 등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내부구조 정비와 은행 실적 개선 등이 과제로 남아있다.
KB금융지주의 주력인 KB국민은행은 최근 몇 년간 고전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21년을 마지막으로 리딩뱅크 타이틀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형국이다. 리딩뱅크 자리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하나은행이, 2024년 신한은행이 차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1분기에 쌓아놓은 홍콩ELS 자율배상 충당금이 실적 하락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당시 자율배상명목으로 적립한 충당부채가 약 8000억원이기에 해당 금액이 없었으면 순위가 더 올랐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이외에도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내부 금융사고 등이 금융감독원의 지적 대상이 된 만큼 차후 손봐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이와함께 양 회장은 최근 AI 관련 회의를 직접 수시로 주재하고 있어 남은 임기 동안 AI 기술 기반의 금융 혁신을 주도할지 주목된다. 양 회장은 올해 상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KB에 가야 금융AI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금융 AI라고 하면 KB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내부 부서장 회의에서는 "AI를 일하는 실전 인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채용하라"를 주문하기도 했다.
양 회장의 임기가 아직 여유가 있는 만큼 생성형 AI에서도 KB만의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앞장설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지난 5월 그룹 공동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 'KB GenAI 포털'을 구축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은 양 회장의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 덕에 타 금융지주에 비해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순항하고 있다"며 "양 회장이 남은 임기 동안 그간의 실적을 더욱 탄탄하게 쌓는 것은 물론 AI 혁신 등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