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을 피해 일본으로 피난 온 우크라이나인이 도효(土俵·스모 경기장) 위 정점에 섰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스모대회 우승자가 된 아오니시키 아라타(본명 다닐로 야브후시신)의 이야기다.
24일 NHK 등 현지 언론은 전날 일본 후쿠오카 국제센터에서 열린 ‘오즈모’ 규슈대회 최종전에서 아오니시키 아라타가 현 요코즈나(横綱·스모 최고위) 호쇼류 도모카즈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아오니시키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오제키(大関·요코즈나 다음 등급) 승급이 사실상 확정됐다. 아오니시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모국인 우크라이나에서도 축하해 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서 차로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빈니차 출신인 아오니시키는 7살부터 스모를 시작했다.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 주니어 스모 선수권 대회에선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스모 선수의 길을 순탄히 걸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그의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가족과 함께 피난을 떠난 독일에선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때 오사카 세계 주니어 스모 선수권 대회에서 인연을 맺은 간사이대 스모부 코치 야마나카 아라타로부터 연락이 왔다.
야마나카는 일본 아시히신문 인터뷰에서 “전쟁 발발 직후 아오니시키에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둘은 2019년 이후에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아오니시키는 야마나카에게 일본으로 건너가 스모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털어놨다. 야카나카는 2022년 4월 일본에 도착한 아오니시키의 현지 적응을 도왔다. 야마나카는 인터뷰에서 “외동아들인 내게 동생이 생긴 것 같았다”며 “아오니시키는 정말로 스모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아오니시키는 야마나카가 코치로 있는 간사이대 스모부 연습생으로 시작해 프로에 입문할 수 있었다. 아오니시키의 시코나(스모 선수 예명)에 아라타가 포함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일본으로 넘어온 지 3년, 16번째로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맛봤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오니시키의 이번 우승은 일본 스모 역사상 데뷔 후 우승까지 걸린 시간이 두 번째로 짧다.
아오니시키의 우승은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도 화제가 됐다. 우크라이나 스포츠 매체들이 앞다퉈 그의 우승 소식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스모 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카치코시’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라! 우리는 당신을 축복하고 있다”는 등 아오니시키의 우승을 축하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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