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중심 제조업’에 미래 있다

2024-09-25

“테슬라 공장은 데이터 중심으로 짜여 있는 공장이다.” 테슬라와 일한 적이 있는 미국 전문가가 한 말이다. 필자가 미국 출장 중에 세계적인 디지털 전환 전문가들이 모인 컨퍼런스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업(SDM)을 화제로 대화하던 중에 이런 말이 나왔다.

테슬라가 ‘데이터 중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사물 인터넷,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AI), 가상 PLC 제어장치, 로봇 등 자동화와 스마트화 기술이 발전되어 있다는 뜻이다. 하드웨어가 하던 부분을 소프트웨어가 대체하고, 해당 기술을 공급하는 공급사 생태계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이런 공장이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이다. 이런 공장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을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활용해 개발, 제조 공정 활동, 공급망 연결 활동을 통제하고 조정한다.

하드웨어 중심 미국 전통 차업계

소프트웨어 갖춘 테슬라에 밀려

한국도 산업 패러다임 확 바꿔야

기존 하드웨어 중심 제조업에서는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가 생산 라인 내에 있거나, 단위 공장 내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업에서는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가 생산라인 간에 있거나, 공급망 공장 간에 상호 연결되고 연동된다. 그뿐만 아니라 데이터가 흐른다. 이런 제조업에서는 기존 생산라인 단위의 최적화를 넘어 단위 공장 전체 차원에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공급망 전체 차원에서 더 유연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하고, 더 유연한 고객 지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 4월 하노버 박람회 컨퍼런스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 진척 현황을 공유했다. 유연성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 공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 흐름을 하드웨어 인력 중심의 기존 제조 기업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대응하기도 어렵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및 스마트 제조 혁신 컨소시엄(CESMII)과 미국 자동차협의회(USCAR) 공동의 자동차 스마트 제조 로드맵 보고서(2023년)는 이런 제조업 변화를 논하면서 기업이 디지털 사고방식과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드웨어 중심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업으로 전환은 제조업 역사에 획을 긋는 엄청난 패러다임 변화다. 세계 산업사는 이런 급격한 변화 과정에서 기존 패러다임에 안주한 산업 강국은 몰락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한 경쟁국은 번영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기업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소프트웨어가 강한 미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로 경쟁력의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반면 미국의 기존 자동차 업계는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 전환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인력, 조직구조,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 기존 자동차 업계는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를 통한 경쟁력을 강화한 테슬라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자동차 업계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을 선언하고 협력 연합체를 구성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 추진은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업으로 가는 청신호이기 때문이다. 제조업계 변화를 이끄는 열쇠는 하드웨어 배경에서 성장한 지금의 제조업 리더가 쥐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 사고 때문에 새로운 변화는 이해하기 어렵고, 이해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다. 뼈와 살을 깎는 심정으로 소프트웨어 마인드가 강한 인재가 과감하게 리더십을 발휘하게 하고, 이를 지원하는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인력, 조직 구조, 업무 프로세스를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하드웨어 중심 제조 업계의 목소리를 가려서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 중심 정책 입안과 추진에 익숙한 인력과 조직구조 등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업에 필요한 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한국은 1970~80년대 중화학 공업 정책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성공적으로 바꾼 경험이 있다. 이제는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업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용기 있게 변화해야 기업도 국가도 미래가 밝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채성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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