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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1차 생산품을 주수출 품목으로 하면서 부유한 국가는 뉴질랜드가 유일합니다. 그리고 그 비결은 협동조합에 있습니다. 오늘은 그 사례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얼마 전 필자가 다니는 대학에서 들었던 초청 강연에서 강사가 꺼낸 첫 말이었다. 이후 그는 한시간 동안 뉴질랜드 협동조합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며, 이 구조가 농민 수익 창출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설명했다.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낙농업 협동조합인 폰테라가 대표적이다. 폰테라는 뉴질랜드 국가 전체 수출의 20%,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창출하며, 1만명의 낙농가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협동조합은 전문 경영진이 운영해 농민들은 고품질 원유 생산에만 전념한다. 이후 수익은 조합원들에게 분배되거나 미래 사업 강화를 위해 재투자된다.
골드키위로 유명한 제스프리도 또 다른 사례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키위농가들이 함께 만들어 현재 세계 키위 유통의 3할을 지배한다. 공식적인 협동조합 구조를 띠진 않지만 농가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네덜란드도 협동조합으로 농식품 강국의 위상을 유지한다. 세계 대형 유제품 기업 중 하나인 프리슬란트캄피나가 좋은 예다. 2023년 기준 이 협동조합엔 1만5000명의 낙농가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벨기에·독일·네덜란드 농민이 공동 소유한다. 이 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원재료를 수매한 후 안정적인 유제품 가공·제조로 수익을 본다. 같은 해 기준 130억유로(19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협동조합은 농민과 전문 경영인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어 이득이다. 폰테라는 전문 경영진이 수출 전략과 해외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농민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한다. 프리슬란트캄피나 역시 조합이 농민 생산품을 가공·판매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농민은 경영부담 없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다. 초청 강연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큰 장점으로 소개됐다. 부모님이 프리슬란트캄피나의 조합원인 필자의 현지 친구들 역시 이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이를 한국 농업에 대응해보면 어떨까. 필자는 네덜란드와 비교했을 때 한국 농업은 6차산업을 통한 농가 역량 강화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주안점을 둔다고 생각한다. 물론 네덜란드에서도 다양한 6차산업 형태를 띤 성공 사례가 있고, 한국에서도 수많은 신지식농업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농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훌륭한 방식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각 농가가 제품 제조·판매에 따른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에 농가에 경영적 부담을 주는 것도 현실이다. 개별 농가가 하기 어려운 수출시장 개척,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자리매김 등은 협동조합 방식을 취할 때 더 이루기 쉬운 게 아닐까. 한국 농업이 세계화를 꿈꾼다면 무엇을 먼저 고민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강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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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조 네덜란드 AERES 응용과학대학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