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이제 대행사 대신, ‘광고AI’가 기획에서 제작까지”

2025-06-18

지난 수십 년간 브랜드 캠페인의 설계자였던 글로벌 광고대행사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풍전등화를 맞고 있다. 메타·구글·아마존·컴캐스트 등 테크 기업들이 광고 제작의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AI 도구 개발에 속도를 내자, 기존 광고대행의 역할과 수익 구조가 붕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들 테크기업은 광고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메타는 중소기업을 겨냥한 도구를 내년까지 출시할 계획이라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대형 회사들은 아직 ‘브랜드의 일관성’을 위해 사람이 중심이 된 광고전략을 고수하고 있지만, AI 기술이 고도화되면 이들도 곧 AI에 의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따라 광고대행사들은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불가피하며, 일부 대형 대행사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WSJ에 따르면, AI 기반의 광고 제작 도구가 앞다퉈 개발되면서 전통적 광고대행사들의 영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메타는 2026년까지 AI가 광고 제작부터 배치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도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아마존 등도 유사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BC유니버설과 피콕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유한 컴캐스트는 올여름, 스트리밍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제작을 자동화하는 무료 AI 기반 도구를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다.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5월 “브랜드는 더이상 크리에이티브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해 광고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후 메타는 광고대행사와의 협력 의지를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광고업계에 퍼진 위기의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이달 들어 퍼블리시스·옴니콤 등 글로벌 광고대행사의 주가가 3~4% 급락하는 등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광고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광고대행사의 기존 ‘시간 단위 청구 모델’은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규모 기업들이 앞장서 AI를 활용한 광고 캠페인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장기적으로 대기업들도 그 흐름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십 년간 광고 업계를 장악해 온 전통 광고대행사들의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전망한다.

레스토랑 체인 디그의 제시카 세라노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직원 1~3명의 소규모 온라인 사업자라면, 광고제작은 AI 도구 하나로도 충분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빠른 수용을 예상했다. AI는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기보다는 특정 행동 유도를 위한 성과 마케팅(performance marketing)에 더 적합하므로, 관련 대행사들이 먼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럭셔리 브랜드들마저 AI를 활용한 광고제작에 나서고 있다. 구찌는 지난 2월 완전 AI 제작 광고를 공개해 관련 비용을 절감했다. 모엣 헤네시 루이비통은 “수요 감소에 대한 대응에 AI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로레알도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광고 제작을 확대하고 있다. 이 흐름이 가속화되면 전통 광고산업의 지형은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모펫나단슨의 마이클 나단슨 애널리스트는 “광고 대행사는 1000명 규모의 팀보다, 3~4명의 핵심 전략가 체제로 전환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WSJ에 밝혔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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