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를 푸는 데엔 목욕만 한 게 없다. 뜨거운 탕에서 때를 불리고 시원하게 씻어내면 마치 새로 태어난 것만 같다. 정겨운 동네 목욕탕 한번 들러볼까. 부산에서 ‘집앞목욕탕’ 잡지를 만드는 목지수 대표가 손에 꼽는 전국의 특별한 동네 목욕탕을 소개한다.

◆경기 안성 일죽목욕탕=안전한 목욕탕의 모범사례. 1997년부터 운영되다가 2024년 리모델링했다. 낙상·화상 등 고령층이 겪기 쉬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배려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다치기 쉬운 각진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고, 탕 안의 타일도 사고가 났을 때 빠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동양인 피부색과 대비되는 초록색으로 마감했다. 긴급 상황에 대비해 에스오에스(SOS) 호출 버튼도 설치했다. 건강 상태에 맞는 목욕법을 추천하는 얼굴 인식 키오스크가 설치된 것도 특징.

◆전남 목포 금천목욕탕=어린 시절 부모님 손 잡고 가던 동네 목욕탕을 떠올리게 하는 곳. 1970년대에 운영을 시작했는데 설비가 여전히 깨끗하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여탕과 남탕 출입문이 따로 달린 것이 특징. 규모는 작지만 온탕·냉탕·사우나실 등을 알차게 갖췄다.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된 거리에 위치해 목욕 후 동네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목포의 역사를 담은 이곳에는 구도심, 일본식 가옥, 부두 근대상가주택 등이 남아 있다. 근대역사관이나 바닷가를 둘러봐도 좋다.

◆제주 제주시 한림공동탕=일반 주택처럼 보이지만 목욕탕이다.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라 건물 앞에 세워둔 작은 입간판을 잘 찾아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오래된 건물이지만 관리가 잘돼 쾌적하다. 욕장 내부의 타일 줄눈을 매년 새로 시공하고 소독도 자주 한다. 물은 제주 지하수를 사용한다. 옛 정취가 살아 있어 웨딩 촬영 장소로도 인기다. 1층은 목욕탕, 2층은 여인숙이고, 옥상에 올라가면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여인숙에 숙박하면 목욕탕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조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