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100만장 팔리고 해외 시상식서 호평…한국 게임업계도 투자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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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기존에 북미와 서유럽, 일본 게임사들이 주도하던 글로벌 PC·콘솔 게임 시장에서 '변방'에 해당하던 동유럽 개발사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8일 PC 게임 플랫폼 스팀 통계 사이트 '스팀DB'에 따르면 5일 출시된 체코 게임사 워호스 스튜디오의 '킹덤 컴: 딜리버런스 2'는 지난 7일 기준 18만5천명의 최고 동시 접속자를 기록했다.
워호스 스튜디오에 따르면 '킹덤 컴 2'는 출시 하루 만에 전 세계에서 100만 장이 팔리며 전작을 뛰어넘는 수준의 흥행에 성공했다.
이용자들은 판타지 요소 없이도 유럽 중세 시대 역사와 생활상을 몰입감 있게 그려낸 게임플레이, 높은 그래픽 품질과 비교적 사양이 낮은 기기에서도 원활히 구동되는 최적화 수준 등에 호평을 보내고 있다.
워호스 스튜디오는 직원 수 200명 안팎의 중소 개발사로, '킹덤 컴 2' 흥행을 계기로 라인업 확장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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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도 동유럽 게임산업의 터줏대감이다.
폴란드 게임사 CD 프로젝트 레드(CDPR)는 역할수행게임(RPG) '더 위쳐' 시리즈와 공상과학(SF) 게임 '사이버펑크 2077' 등으로 유명하다.
두 히트작 모두 넷플릭스에서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CDPR의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는 2015년 출시돼 그해 더 게임 어워드(TGA)를 비롯한 국제 시상식을 휩쓸었고, 지난해에는 정식 후속 차기작인 '위쳐 4'를 공개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20년 출시한 '사이버펑크 2077'도 출시 초기 부족한 완성도와 과장 광고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꾸준한 업데이트와 콘텐츠 추가로 2023년 스토리 확장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가 발매됐다.
11비트 스튜디오도 '디스 워 오브 마인'과 '프로스트펑크' 시리즈로 글로벌 인디게임 업계에서 유명하다.
두 게임 모두 극한 상황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을 중시하는 게임성과 다회차 플레이를 강조하는 시뮬레이션 요소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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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사들도 폴란드 시장을 눈여겨보고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엔씨소프트[036570]는 지난해 폴란드 게임사 '버추얼 알케미'가 개발 중인 슈팅 게임 '타임테이커즈'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네오위즈[095660]는 앞서 언급한 CDPR과 11비트 스튜디오 출신 개발자로 구성된 폴란드 게임사 '자카자네'에 투자했고, 크래프톤[259960]은 2023년 폴란드 게임사 '피플 캔 플라이' 지분 10%를 인수한 바 있다.
작년 출시된 '프로스트펑크 2'도 PC 플랫폼에서 인기 게임 반열에 올랐고, 모바일 버전 '프로스트펑크: 비욘드 더 아이스'는 한국 게임사 컴투스[078340]가 전 세계에 퍼블리싱한 바 있다.
현재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특유의 역사적 맥락이 담긴 진중한 분위기의 슈팅 게임으로 유명하다.
GSC 게임 월드의 스토커(S.T.A.L.K.E.R) 시리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소재로 한 슈팅 게임으로, 방사능 유출로 황폐화된 봉쇄 구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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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 개발된 '스토커 2: 초르노빌의 그림자'는 출시 일주일 만에 140만 장이 넘게 팔렸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 '게임 패스'에서도 인기 게임 목록에 올랐다.
핵전쟁 여파로 거미줄처럼 뻗은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역과 철도망에 숨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메트로' 시리즈도 우크라이나 개발사 4A 게임즈의 작품이다.
이밖에 크로아티아 게임사 '크로팀'도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대표작 '시리어스 샘' 시리즈의 명맥을 잇고 있다.
동유럽 게임업계의 약진은 높은 퀄리티도 있지만, 이용자들이 기존 북미·서유럽 게임에 대해 느끼는 피로감 역시 한몫한다.
피로감의 원천은 노골적으로 추가 유료 상품 구매를 권유하는 라이브 서비스 위주 운영, 게임의 분위기를 해칠 정도로 과도한 성소수자·다인종 코드에 집착하는 이른바 DEI(다양성·포용) 정책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동유럽 게임들은 이런 풍조와 정반대로 라이브 서비스보다는 싱글플레이 게임의 풍부한 경험에 집중하고, DEI 요소를 어색하게 욱여넣기보다는 세계관과 서사의 몰입감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 한 게임사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기존 작품을 답습하고 분위기를 '무국적화'하는 안전한 길을 택하기 마련인데, 그 반동으로 동유럽 게임사들의 자국 색채가 담긴 독특한 게임이 주목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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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스팀 같은 디지털 게임 유통망이 발달하면서 작은 게임사나 퍼블리셔도 얼마든지 전 세계에 게임을 판매할 수 있게 된 환경도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게임업계의 상대적인 후발 주자인 동유럽 게임의 부상은 뒤늦게 PC·콘솔 시장 공략에 뛰어든 한국 게임업계에도 시사점이 클 전망이다.
jujuk@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