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무기 세일즈 쇼' 됐다…김정은 16번째 열병식 준비

2025-10-05

북한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이다.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당 창건(1945년 10월 10일) 이후 42번째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각각 13회 열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6번째 열병식을 앞두고 있다. 북한은 이전부터 열병식을 다양한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해 왔다.

북한의 최초 열병식은 1948년 평양역광장에서 열렸다. 북한 정규군 창설을 기념한 열병식에선 보병·포병 등 2만여 명의 병력과 전차와 같은 장비가 열병 부대를 구성했다. 김일성 집권 시기 열병식은 주로 8·15 광복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 치러졌다.

6·25전쟁 이후 열병식 장소는 평양역광장에서 김일성광장으로 옮겨졌다. 휴전 직후 내놓은 김일성의 수도건설 구상에 따라 평양시 중구역에 김일성광장이 1954년 8월 완공되면서다.

열병식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김일성과 달리 김정일은 열병식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반영하며 체제 선전의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행진 대열의 선두에 빨치산(항일 유격대), 6·25 참전 노병 등을 앞세우며 북한군 기원의 서사를 담은 것도 김정일 집권기였다.

2011년 12월 18일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최고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김정은은 이듬해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 열병식을 자신이 첫 육성 연설을 하는 무대로 선택했다. 은둔형 지도자로 불린 아버지 김정일과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국부(國父)인 할아버지 김일성의 향수를 자극해 '어린 리도자'의 부족한 리더십을 채우는 전략으로 열병식을 활용한 것이다.

열병식은 북한군의 군사 역량을 함축적으로 과시하는 대표적 수단이기도 하다. 열병부대를 통해 군의 사기와 위용은 물론 최신 무기까지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18형'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시옷)',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전술 미사일(NK-23) 확대 개량형, 핵어뢰 '해일' 등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열병식에 무기 판매를 염두에 둔 경제적 포석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이슨 바틀렛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2021년 8월 미국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 기고문에서 "북한의 열병식 방송은 미국 적대국들에게 무기 카탈로그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최신 무기 정보를 미국의 적성 국가와 같은 잠재적 해외 구매자들에게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김정은은 자신의 메시지를 대내외에 발신하는 계기로 열병식을 활용해 왔고,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무기들은 어김없이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이는 위협 수단이 됐다. 지난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천안문 망루에 오르며 존재감을 과시한 김정은이 유리한 전략적 환경을 등에 업고 진행하는 이번 열병식이 더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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