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선데이] 비가 오면 우산을 쓰면 된다

2025-11-07

삶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도처에 고난과 상처가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포르투갈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인간존재의 본질에 대한 완벽한 묘사”라고 극찬한 ‘나의 아저씨(My Mister)’는 고난과 상처, 치유의 드라마다. 주인공 박동훈은 직장 내 음모와 배신으로 회사에서는 쫓겨날 위기에 몰리고, 부인과 직장상사의 불륜으로 가정은 파탄 난 상태다.

누구에게나 위기는 찾아오는 법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도 길은 있다

일본 ‘경영의 신’ 마쓰시타의 철학

현재의 한국 기업들에 도움 될 듯

인생에서 가장 외롭고 어려운 순간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맨날 하던 말.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 말을 내게 해줄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내가 나한테 해.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리 지옥 같은 세상이라도 그게 별거 아니라고 말해줄 사람이 있으면 버틸 용기가 생긴다.

지난 9월 수입사절단과 함께 일본 오사카에 있는 파나소닉 박물관을 견학했다. 거기엔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동상과 역사관이 있었다. 그는 지난 1000년간 일본의 가장 뛰어난 경영인으로 꼽히며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1894년 일본 와카야마현에서 태어난 그는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생계를 위해 혼자 오사카로 떠났다. 9살의 소년은 기노카와 기차역에서 오사카로 떠나며 어머니와 눈물의 작별을 했다. 오사카에서 화로점, 자전거 가게 점원 등을 거치며 상인의 자세를 배웠다. 마쓰시타가 ‘위대한 기업가’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무일푼에서 시작해 세계 굴지의 기업 파나소닉을 창업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익을 넘어 인간과 사회의 행복을 경영의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는 저학력, 허약체질, 가난이라는 인생의 3대 악재를 모두 물려받았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았다. “나는 하나님이 주신 세 가지 은혜 덕분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은혜는 집이 몹시 가난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나는 어릴 적부터 구두닦이, 신문팔이 같은 고생을 하였고, 이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은혜는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몹시 약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항상 운동에 힘써 늙어서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은혜는 초등학교도 못 다녔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세상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삼아 열심히 배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걸 보면 그저 가슴이 숙연해진다. 최악의 조건에서 시작한 이 위대한 인간 앞에서 우리가 무슨 불평을 할 수 있겠는가.

마쓰시타는 “비가 오면 우산을 쓰면 된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역경이 닥쳤을 때, 불운을 한탄하기보다 신속히 돌파구를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산이 없으면 빗방울을 막을 수 있는 어떤 것이라도 즉시 뒤집어쓰고, 착실하게 노력하며 상황이 호전되길 기다려야 한다. 이것은 그의 경영철학이자 성공비결이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오사카의 장사꾼에서 경영의 신으로』의 저자인 송희영 논설위원은 마쓰시타 경영이 한국 기업에 남긴 보물을 말하고 있다. 원천기술 부족으로 처음엔 후발주자로 나서지만 기술을 배워 결국엔 1등으로 올라서는 추격자 전략, 경영권 세습의 포기, 사회공헌과 인간중시 경영철학이다. 세상의 평가와 비판을 두려워하는 자세도 있다. 하지만 마쓰시타가 남긴 가장 소중한 보물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길은 있다’고 믿었던 그의 마음가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벌인 관세전쟁과 불황의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도 마쓰시타의 유산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이 찾던 아버지 같은 인물이 마쓰시타다. 그는 전후 일본사회의 절망과 혼돈 속에서 삶의 스승이자 정신적 버팀목이었기에 ‘마쓰시타 오야지(아버지)’라 불렸다. 그는 길이 열리기를 기다리지 않고 어려울 때마다 새로운 길을 뚫고 나갔다. 지금 한국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인물이다.

개인도 인생에서 위기를 겪기 마련이다. 그러나 위기가 왔을 때 그 위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면 길을 찾을 여유가 없다. 아버지가 있었다면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을 것이다. 세상의 많은 일은 당장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도 지나고 보면 그저 별거 아니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 때는 ‘나의 아저씨’를 보자. 많은 위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길을 찾아보자. 아무리 어려워도 언제나 길은 있다.

권기창 전 주우크라이나 대사·한국수입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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