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수백억원대의 대형 금융사고가 또 발생하면서 '책무구조도' 제재 공포가 전 은행권에 퍼졌다. 올해 시행을 앞두고 미리 조직 개편까지 나설 정도로 내부 통제에 힘을 줬지만 금융사고가 계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은행권은 자칫 '책무구조도 1호 제재'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IBK기업은행이 취급한 23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는 전직 직원 A씨와 서울 강동구 및 강북구 일대 지점 3곳, 여신센터 1곳 등이 연루됐고, 금감원은 다수의 토지 가격을 부풀려 대출액을 늘린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의 부당대출이 이뤄진 시기는 2022년 6월 17일부터 지난해 11월 22일까지다. 이 같은 사고를 보고받은 금감원은 추가로 연루된 전·현직 직원 및 피해금액이 있는지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100억원이 넘는 대규모 금융사고를 낸 건 2014년(모뉴엘 대출사기) 이후 10년 만이다.
금융권에서는 사고 마지막 시점이 지난해라는 점을 들어 기업은행이 '책무구조도' 첫 대상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사고 이후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추가로 드러난 사례가 적지 않아 긴장을 늦추긴 힘들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드러난 은행권의 금융사고는 지난해 발생했기 때문에 당장 책무구조도 관련 제재를 받긴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관련된 인물이 많아 사고액과 사고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책무구조도는 올해부터 발생한 금융사고를 대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지난해 발생한 사고와는 무관하다"면서도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금융사고 발생 기간이 더 늘어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판 재해중대법이라고 불리는 '책무구조도'는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의무를 부여받은 금융지주 및 은행 임원들은 금융사고 발생 시 담당 직책별로 신분적 제재를 받게 된다. 본인의 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 밝혀지면 앞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연말 두드러지게 나타난 100억원 규모의 대형 금융사고도 책무구조도 제재 공포가 퍼진 또다른 배경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136억원 규모의 금융사고(업무상 배임)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 30일까지 발생한 것으로, 최근 금감원 정기검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또 NH농협은행도 10월에만 150억원 규모의 3건의 금융사고가 터졌고 우리은행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 이외에도 180억원 규모의 3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금융사고는 유독 부동산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책무구조도 제재 우려가 커진다. 부동산 금융사고는 특성상 추가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금융권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금융사고 유형을 보면 사고 금액이 1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금융사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관리의무 부족으로 비춰질 수 있어 그만큼 책무구조 제재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아 금융권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