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가 에밀 싱클레어의 음성으로 기록한
영혼의 각성, 그리고 반전과 평화의 전언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세계 대전으로 고통받던 사람들, 질풍노도의 젊은이들을 인도해 준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집 '싱클레어 노트'(민음사)가 나왔다. 젊은 시절의 헤르만 헤세가 쓴 산문을 엮은 '싱클레어 노트'와, '차라투스트라의 귀환'에 수록된 정치적 에세이를 선별해 번역한 책이다.

헤르만 헤세는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중년의 서정시인'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동시대 청년' 에밀 싱클레어로서 글을 집필했다. 싱클레어로서 헤세는 정치적이고 참여적인 글을 꾸준히 발표해 왔지만, 전후의 위험한 상황에서 그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고 산문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 흩어져 있었다. 헤세를 전공한 역자인 박광자는 이 산문들을 정리해, 독일의 역사와 사회 상황에 대한 헤세의 생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읽을 수 있도록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전쟁에 대해 과감한 논조로 기고한 시사적인 글, 니체의 영향 아래 집필한 철학적 에세이, 나치의 등장을 예견한 수필까지 이제껏 찾아보기 힘들었던 산문들이 수록되었다. 이 시대의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젊은 헤세의 솔직한 생각과, 그의 깊은 정치 사회적 통찰까지 엿볼 수 있다. 갈등이 고조되고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지금, 헤르만 헤세가 전하는 평화의 언어는 우리에게 뜻깊은 각성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