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체포 하루 3천건으로' 백악관 압박에…"과잉단속 속출"
LA 시위 격화에 언론인 부상도 잇따라…"취재진 상대 경찰 폭력 30여건"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백악관이 최근 불법체류자 체포 건수를 "최소 하루 3천 건"으로 늘리라고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지시하면서 과잉 단속이 속출하고 있다고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말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밝힌 이런 목표치는 정권 초기 목표치의 3배이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체포 건수 대비 10배에 해당한다.
로이터통신과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지난달 ICE 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기관 고위 간부들에게 단속 실적이 부진하다고 압박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범죄혐의가 있든 없든 불법체류자는 무조건 체포해야 한다며 회의 도중에 "연말까지 100만명 추방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참석자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기준으로 추방령이 내려진 미국 내 불법체류자는 약 140만명에 달한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래 5월 하순까지 4개월여간 본국이나 제3국으로 추방된 미국 내 불법체류자 수는 약 20만여명이었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 바이든 행정부의 불법체류자 추방 실적보다 오히려 더 적은 것이다. 다만 2021년에는 신규 불법입국자 수도 많았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회의에서 '홈디포나 세븐일레븐 등 이주 노동자들이 자주 모이는 상점들을 단속하라', '눈에 띄는 문신을 하고 범죄조직원인 것처럼 보이는 자들을 단속하라' 등 최근 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구체적 방침들도 ICE 고위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이처럼 백악관이 단속 건수를 강조하면서 무리한 단속과 체포가 빈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6살 때부터 미국에 살아온 고교생 배구선수가 차를 몰고 연습을 하러 가다가 불법체류자로 체포돼 수감됐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는 유명 이탈리아 레스토랑 '부오나 포르체타'에서 일하던 이주 노동자들이 불법체류 단속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지난달 고교를 졸업한 온두라스 출신 축구선수가 ICE로부터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다가 체포됐다.
8세 때부터 미국에 살고 있는 그는 이미 '구속 대체 프로그램'에 따라 본인 동의 아래 휴대전화와 전자발찌로 위치추적을 받고 있었다.
합법으로 미국에 입국했던 이민자들이 법원에 출석하러 갔다가 체포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비영리기관 이민정책연구소(MPI)에서 미국 이민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줄리아 겔라트 연구원은 "합법 체류 지위를 갖추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거나 추방 대상에 해당할 소지가 있기만 하면 마구잡이로 체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속 대체 프로그램 대상자들은 이미 당국에 협조 중인 사람들인 까닭에 이들을 불러내 체포하는 것은 실적 건수만 늘리려는 것이라고 겔라트 연구원은 지적했다.
백악관 공보담당 직원 애비게일 잭슨은 로이터에 보낸 입장문에서 불법체류자를 반드시 추방한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에게 한 약속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민단속 항의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기자들의 부상도 속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프레스클럽(LAPC)에 따르면 이번 시위를 취재하던 언론인들에 대해 '경찰 폭력' 30여건이 보고됐다.
여기에는 물리적 폭행뿐만 아니라 동의를 받지 않은 가방 수색 등도 포함돼 있다.
LAPC에 따르면 경찰 폭력 피해로 다친 기자들의 수는 2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의료적 주의가 필요한 부상'을 당한 이들도 5명 이상이다.
'9뉴스 오스트레일리아'의 주미 특파원인 로런 토마시는 지난 8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생방송을 하다가 경찰의 고무탄 조준사격을 당해 다리를 다쳤다.
뉴욕포스트의 프리랜서 사진기자 토비 캐넘도 이날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에 맞아 이마를 다쳤다.
현장취재 기자들의 부상 사례에 대해 백악관 공보담당 직원 잭슨은 로이터통신에 보낸 입장문에서 "폭력적인 좌익 폭도들이 불법적 행동을 하면 무고한 주변 사람들이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LAPC의 애덤 로즈 언론권리위원장은 불과 나흘만에 이처럼 많은 언론인 피해 사례가 발생한 것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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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