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A·골드만삭스, 인도 FY26 GDP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HSBC "추과 간세 부과, 인도 성장 저해...자본 유입 및 투자 감소 유발할 것"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이 인도산 수입품에 대한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이유로 예고한 추가적인 고율 관세까지 매길 경우 인도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는 충격 속에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아시아 국가 중 최고율 관세 받은 인도, 추가 인상 리스크까지
미국이 인도에 매긴 상호 관세율은 아시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다. 섬유 및 자동차 제조 부문에서 인도와 경쟁 중인 베트남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타결하며 관세율을 당초의 46%에서 20%로 낮췄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도 각각 19%의 관세율에 합의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 된 인도는 추가 관세 위험에도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가 막대한 양의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고 이 중 많은 부분을 공개 시장에서 판매해 큰 이익을 얻고 있다며, 5일 오전 "인도에 대한 관세를 24시간 내에 큰 폭으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5일(현지 시간) 비즈니스 스탠다드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인도 상품에 대한 미국의 실질 관세가 1년 전 2.3%에서 18%로 급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도 수출업체를 포함해 인도 경제 전반이 단기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비즈니스는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ICRA는 인도의 2025/26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6.2%에서 6.0%로 하향 조정해 4일 발표했다.
ICRA는 미국의 관세 부과와 잠재적 제재에 대한 불확실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며, 미국과 인도가 무역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인도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수출업체들이 미국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 경로를 변경할 수 있다. 관세 부담이 낮고, 미국 수입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기업들이 옮겨갈 수 있다"며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관세 불균형은 인도의 무역 경쟁력에 심각한 도전 과제를 제기한다. 변화하는 지정학적 상황, 특히 인도와 러시아 간 관계가 향후 경제 및 무역 결정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HSBC 홀딩스의 수석 인도 경제학자인 프란줄 반다리는 추가 관세 부과가 성장을 더욱 저해하며 자본 유입과 투자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도 인도의 이번 회계연도 GDP 성장률 전망치를 6.6%에서 6.4%로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관세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성장 궤적에 대한 추가적인 하향 위험은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인도 상공부는 25% 관세가 인도 7~9월 수출의 약 10%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국산품 구매 장려 등 대비책 마련 중
인도 정부는 관세 인상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익명을 요구한 인도 정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거친 언사는 마치 뺨을 때리는 것과 같다"며 이 같은 공개적인 공격에 대처할 방법이 없는 인도는 현재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전했다.
인도 정부는 세계 수요 감소를 상쇄할 수 있도록 인도 국민의 국산 제품 소비를 장려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 2일 인도 경제 강화를 위한 국산 제품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시브라즈 싱 초한 농업·농민복지·농촌개발부 장관도 3일 "국가를 위해 살아야 한다. 인도산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기로 결심한다면 소득이 증가하고 인도 경제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공부는 보석과 귀금속·섬유 등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수출업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한 비공식 대화 채널을 모색 중이고, 상공부와 재무부 등 부처는 지난 2월 예산에 처음 포함된 수출 진흥 계획을 조기 실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는 당초 수출업체 지원을 위해 수출 진흥 계획에 225억 루피(약 350억 7500만 원)를 배정했다. 다만 베트남 등 주요 경쟁국들이 15~20%의 낮은 관세율을 확보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수 것에 대비해 예산을 늘릴 수 있으며, 지원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인도가 미국산 유제품 시장의 접근 규정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치즈나 연유 등 일부 유제품 수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인도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유제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종교적 민감성을 고려해 동물성 사료를 먹인 소의 유제품 수입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인도는 최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영국에도 유제품 시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노력은 인도의 상당한 양보를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인도 델리 소재 싱크탱크 아난타 센터의 인드라니 바그치 최고경영자는 "인도 정부는 지금의 문제를 억제하고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는 무역 협상을 계속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인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날 러시아로 향했고, 수브라마니얌 자이샨카르 외교장관도 이달 말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달 25일에는 양자 무역 협정 제6차 협상을 위해 미국 대표단이 인도를 방문한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