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이미 444척에 제재 시행 중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거부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유조선 그림자 함대(shadow fleet) 목록 확대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국제사회에서는 그림자 함대에 대한 제재가 러시아의 불법 원유 수출 돈벌이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러시아 유조선 그림자 함대 목록에 444척을 올려놓고 있다.
미국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 원유와 화학 제품 등을 수송하는 화물선 213척을 제재 목록에 포함시켰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목록을 확대하지 않았다.

FT는 이날 미 백악관 논의에 정통한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그림자 함대에 대한 추가 제재가 러시아에 비용을 부과하는 손쉬운 첫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그림자 함대에 대한 제재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리서치 담당 상무이사 케빈 북은 "미국이 그림자 함대를 타깃으로 한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EU의 최근 제재 조치와 함께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지난 7월 18일 의결한 제18차 대러 제재안에서 그림자 함대 목록에 105척을 추가해 총 444척으로 늘렸다.
러시아는 미국과 EU 제재를 피하기 위해 그림자 함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EU는 18차 제재안에서 배럴당 60달러가 넘는 러시아 원유를 구매할 수 없도록 했다. 러시아는 이런 상한선을 넘는 원유를 수출할 때 주로 그림자 함대를 이용한다. 러시아 원유는 주로 중국과 인도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재를 받는 그림자 함대 목록이 확대되면 러시아는 원유 수입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24년 초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은 선박의 소유주나 관리자 등을 규제하는 대신 개별 선박의 이름을 명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다고 한다. 러시아 석유를 구매하는 측은 제재 목록에 올라 있는 선박과 거래하기를 상당히 꺼리기 때문이다.
FT가 미국 제재를 받는 원유 수송선 115척의 화물 운송량을 분석한 결과, 제재를 받은 이후 운송량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 분석 플랫폼인 케이플러(Kpler)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선박들은 제재를 받기 전 6개월 동안 월 평균 4800만 배럴의 러시아 원류를 운송했는데, 제재 이후 6개월 동안에는 1300만 배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경제대학의 거시경제 연구 및 전략 책임자인 벤자민 힐겐스톡은 "러시아 그림자 함대를 적극 공략하는 것은 러시아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는 인도에 대해 상호관세를 대폭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5일 CNBC와 인터뷰에서 인도가 러시아 석유를 구매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앞으로 24시간 내에 관세율을 상당히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나 켈리 미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종식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