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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4일부터 중국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율을 추가로 10% 더 높이겠다고 압박하면서 중국이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일이다. 미국이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에 맞춰 선전포고를 한 만큼 중국 측도 강도 높은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예고와 관련해 “미국이 고집대로 행동한다면 중국은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방적인 관세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고 다자 무역 체제를 훼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3월 4일부터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기존 10%(2월 4일 발효)에다 추가로 10%를 얹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에 추가되는 관세는) 10 더하기 10이다. 또 다른 10”이라고 부연 설명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제조한 합성 마약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을 추가 관세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의 상당 부분은 (합성 마약인) 펜타닐 형태로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다”며 “펜타닐 공급이 크게 제한되기 전까지 관세를 계속 부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 측은 “중국은 세계에서 마약 퇴치 정책이 가장 엄격하고 철저한 국가”라며 “미국이 객관적인 사실을 계속 무시하고 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외신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회 개막 당일 트럼프의 추가 관세를 받아들게 됐다며 중국의 반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추가 관세 부과 시점을 양회 개막일로 잡았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앞서 중국은 미국 측의 10% 추가 관세가 발효됐던 2월 4일 0시 1분을 기해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 관세 추가 △미국산 픽업트럭·농기계에 관세 10% 추가 △5대 전략광물에 대한 수출통제 등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빅테크인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도 중국의 보복 조치에 포함됐다. 양국이 타이밍을 고려하며 관세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내수 진작과 경기 부양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내수 활성화를 위해 3조 위안(약 600조 원) 규모의 특별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양회에서도 트럼프발(發) 관세에 대한 대응 수위와 방식이 주된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이날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보다 적극적인 거시 정책을 시행해 내수를 확대하고 주요 분야의 리스크와 외부 충격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의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언급도 있었다.
다만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하면 가뜩이나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미국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중국에 대한 가중평균관세율을 기존보다 20% 인상할 경우 중국의 대(對)미국 수출은 20% 감소하고 중국 국내총생산(GDP)도 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보낸 취임 축하 서한에서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