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카드 단말기 계약과 관련해 업체와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계약서상 자동 계약 갱신 조항이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카드 단말기를 바꾸거나, 폐업 등의 사유로 중도 해지하는 과정에서 업체의 과도한 위약금 청구가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계약서를 보다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A원장은 최근 잦은 기기 오류 등으로 병원 운영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자 사용 중이던 카드 단말기를 포함해 업체를 바꾸기 위해 기존 업체에 해지를 요청했다. 당초 의무 약정 기한인 3년을 넘어 이미 6개월이나 지난 상태였다. 하지만 업체 측은 해지를 요청하자 A원장에게 중도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청구했다.
업체가 위약금을 청구하며 내세운 건 계약서상 기재된 자동 갱신 약관이었다. 의무 약정 기한인 3년이 끝나고 난 뒤 이를 해지하지 않을 시 같은 조건으로 자동 재계약이 이뤄진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A원장에게 청구된 위약금은 100여만 원. A원장은 위약금을 낼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업체는 내용증명을 통해 지급 명령을 신청하겠다고 알린 상태다.
또 다른 치과의사 B원장은 몇 달 전 경영상 어려움으로 치과 문을 닫았다. 더 이상 소득이 발생하지 않아 카드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게 됐고, 이에 업체에 해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에서는 B원장에게 중도해지 위약금과 폐업 후 최근 3달간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과도한 위약금을 청구했다.
그간 받은 서비스에 대한 금액과 남은 약정 일수에 대한 위약금까지 포함, B원장에게 청구된 위약금은 무려 300여만 원에 달했다. 업체는 선심 쓰듯 위약금을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경영난으로 폐업까지 한 마당에 과도한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는 골치 아픈 상황이 발생하자 상심은 배가 됐다.
이 밖에도 카드 단말기 분쟁의 양상은 다양했다. 직원이 계약서에 대신 사인해 이후 해지 과정에서 위약금 조항을 인지하지 못한 원장이 책임을 진 사례도 있었으며, 치과 외 의료기관에서는 다른 업체의 단말기를 동시에 사용해 위약금을 무는 예도 있었다.
이를 두고 법률 전문가는 “카드 단말기 계약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분쟁 해결의 기준을 계약서 내용으로 우선 본다. 또 당사자가 계약 체결 당시 이를 인지하고 동의한 것으로 보기에 계약서상 불공정한 내용이 있는지 원장이 직접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수정하거나 삭제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공정위 등 강력한 제재 필요”
업체에서 약관을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는 만큼 계약서를 확인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카드 단말기 업체가 애초에 위약금을 과도하게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해당 업계에서는 ‘위약금 장사’, ‘손해배상 장사’라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다.
법률 전문가 역시 “카드 단말기 계약 중도해지에 따른 위약금 지급 청구 사건 하급심 판례들을 검토한 결과, 위약금이 과도함을 이유로 감액된 경우가 있고 이 경우 감액 비율이 30~50%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업체에서도 이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이를 고려해 사용자에게 적정 금액의 2~3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청구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지난 2000년도 초부터 단말기 업체와의 위약금 분쟁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기관에서 강력한 제재를 취한 사례를 찾기 어렵고, 민사재판에서도 ‘감액’ 판결만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과도한 위약금 장사를 바로잡을 실효성 있는 법적·제도적 기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에서는 개원가 차원에서 분쟁 예방을 위해 계약서상 ▲중도해지 ▲위약금 ▲손해배상 ▲자동 연장 관련 항목을 주의 깊게 살피고, 중도해지 시 사용자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는 조항은 삭제·수정 요청해 분쟁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것을 우선적으로 당부했다. 또 폐업 시 위약금을 면제하는 특약을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최근 카드 단말기 계약 중도해지와 관련된 위약금 문제로 많은 치과 개원가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계약서상 자동 갱신 조항이나 과도한 위약금 청구가 주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일부 단말기 업체는 계약 조건을 명확히 알리지 않아 혼란을 초래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치협은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제도적 대응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치과 개원가를 향한 불공정한 카드 단말기 관행을 근절하고, 회원 여러분의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