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태명의 고전 성독] 국민이 귀중하고 내 몸은 가볍다

2025-04-03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군사 반란을 일으켰다. 국민이 저항하고 군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천만다행으로 계엄이 해제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내란 수괴가 체포되어 구금되었으나, 정치 판사가 기소 과정을 트집 잡아 풀어주고, 정치 검사가 항고하지 않았다. 함께 내란을 모의하고 결행한 군인들은 감옥에 갇혀 있는데 수괴는 풀려나 헌정 질서를 계속 어지럽히고 있다.

최한기(崔漢綺, 1803~1879)는 “식견이 좁은 고위 관료가 자기 이해(利害)와 안위(安危)가 걸린 경우를 당하면 내 몸을 아끼는 정이 간절하고, 백성을 위하는 의리는 뒷전이 될 것이다.”고 했다. 또 “내 몸은 하나이고 백성은 수없이 많으며, 내 몸의 순간적인 이익과 편안함은 가벼운 일이고, 백성들의 한번 다스려지느냐 혼란하게 되느냐 하는 것은 중차대한 것인데, 식견이 작고 좁으면 내 이익을 앞세우고 백성은 돌보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고위공직자, 정치 판검사 등 최고 엘리트들이 사익에 매몰되어 내란 수괴를 옹호하는 홍위병 노릇을 한다. 국정을 맡은 책임자의 좁은 식견 때문에 정치는 혼란하고, 민생은 파탄 나고, 경제와 외교가 무너지고 있다. “널리 통달한 식견을 가진 사람은 만백성을 내 몸처럼 여겨 자신의 사욕을 다 그 속에 융화시켜, 같은 시대에 함께 태어난 사람이 모두 안락하고 평화롭기를 바란다.” 최한기가 바라는 인재상과 상반되는 인물들이 이번 내란 사태로 오롯이 드러났다.

최고 대학을 나오고, 최고 권력을 행사하고, 최고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고위공직자가 국민을 배반하는 일을 부끄럼 없이 한다. 인재 교육, 인물 선출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을 온 국민이 나서서 이루어야 한다. 국민을 위하는 마음은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내는 것이라고 최한기는 말한다.

平居之時(평거지시)에는 : 평소에 아무 일 없이 있을 때는

無以見此心(무이견차심)이나 : 그 마음이 어떤지를 알 수 없으나,

猝當危疑(졸당위의)하여 : 갑자기 위험하고 의심스러운 일을 당하여

身名褒貶(신명포폄)이 : 생명과 명예의 포폄(褒貶)이

在此處斷(재차처단)에는 : 여기에서 결정될 때는

與其一身利而萬姓害(여기일신이이만성해)론 : 내 한 몸을 이롭게 하고 만백성을 해롭게 하기보다는

寧一身危而萬姓安(녕일신위이만성안)을 : 차라리 내 한 몸을 던져서 만백성을 안정되게 하는 것을

豈待人之勸勉(기대인지권면)이랴 : 어찌 다른 사람이 권면해서 되는 일이겠는가.

自有不可撓奪(자유불가요탈)이라 : 남이 뺏지 못할 확고한 뜻을 스스로 세워서 하는 것이다.

<人政> 제22권 ‘用人門三’, 최한기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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