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로 암 진단 소프트웨어' 무허가 제조…법원 "판매중지 적법"

2025-01-27

"국민 생명 보호 위해 안전성·유효성 심사 거쳐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안전성 및 유효성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혈액 내 암 위험도를 분석해 수치로 나타내는 '암 진단 검사 소프트웨어'를 제조한 업체에 대해 판매중지 명령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주식회사가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체외진단의료기기 판매중지 및 폐기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17년 체외진단의료기기 제조업 허가를 받은 A사는 혈액 내 암 위험도를 분석해 폐암 등 암 8종의 위험도를 수치로 나타내주는 '암 진단 검사 소프트웨어'를 제조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악처)는 해당 소프트웨어가 체외진단의료기기에 해당함에도 A사가 이에 대한 제조허가 또는 제조인증을 받지 않았다며 2023년 판매중지 및 폐기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A사 측은 "이 사건 소프트웨어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일부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고 이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암의 위험도를 분석할 수 없으므로 체외진단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설령 체외진단의료기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알고리즘의 단순 계산을 돕기 위한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므로 제조허가 등이 필요한 의료기기라고 볼 수는 없다"며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체외진단의료기기란 사람이나 동물로부터 유래한 검체를 체외에서 검사하기 위해 단독 또는 조합해서 사용되는 의료기기로서 생리학적 또는 병리학적 상태를 진단할 목적, 질병의 소인을 판단하거나 질병의 예후를 관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등을 말한다.

법원은 식약처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프트웨어는 수검자로부터 채취한 혈액의 정보를 입력한 후 혈액 내 암 위험도에 기여하는 단백질 표지자 등을 분석해 암 위험도를 수치로 나타내 준다"며 "수검자들에게 제공되는 결과지에는 위 검사에 대해 질병을 사전 예측해 예방한다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고 높은 정확도의 암 위험도를 알려준다고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소프트웨어는 생리학적 또는 병리학적 상태를 진단하거나 질병의 소인을 판단하기 위한 성능 및 구조를 가지고 있고, 객관적으로 그러한 성능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원고가 대외적으로 표방한 소프트웨어의 사용 목적과 효과, 설명의 내용은 위와 같다"며 "그러므로 이 사건 소프트웨어는 체외진단의료기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성 및 유효성 심사를 거쳐 제조허가 등을 받아 제조·사용돼야 할 체외진단의료기기가 아무런 심사도 받지 않은 채 제조·사용되는 경우 국민건강에 중대한 피해를 주거나 치명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 사건 소프트웨어의 유통 및 사용을 원천 차단하려 한 피고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jeongwon10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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