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병원들의 대장암·위암·폐암 치료 성과를 평가한 결과, 지역 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1등급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렸지만, 제주·강원·전라권 등에선 1등급이 적거나 없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20일 이런 내용의 ‘대장암·위암·폐암 적정성 평가결과(2주기 1차)’를 공개했다. 심평원은 주요 질환 치료가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해 의료기관별 등급을 매긴 결과를 해마다 공개하고 있다. 이날 나온 대장암·위암·폐암은 국내 암 발생률·사망률 순위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주요 질환이다.
심평원은 2011년부터 암 적정성 평가를 하고 있는데, 이번 평가에선 그동안 중점을 둔 수술 환자뿐 아니라 암 진료 전반을 들여다봤다. 2022년 7월~2023년 6월 대장암·위암·폐암 치료를 받은 만 18세 이상 입원환자와 해당 병원을 함께 확인했다. 그 결과 가장 높은 1등급을 받은 병원은 대장암 75곳, 위암 74곳, 폐암 67곳이었다.
종합점수는 대장암 85.68점, 위암 89.41점, 폐암 91.09점이었다. 규모가 제일 큰 상급종합병원이 다른 종별에 비해 점수가 높았다. 전체 기관 중 1등급을 받은 곳의 비율은 대장암 56.4%(133곳 중 75곳), 위암 74%(100곳 중 74곳), 폐암 80.7%(83곳 중 67곳) 순이었다.
특히 이번 결과를 지역별로 보면 차이가 뚜렷했다. 대장암 1등급 기관이 서울 24곳, 경기 22곳 분포한 반면, 전라권 4곳, 강원 3곳, 제주 1곳에 그쳤다. 위암 1등급은 서울 20곳, 경기 21곳이지만, 강원 3곳, 제주 1곳이었다. 폐암 1등급도 서울·경기에 21개·22개씩 있었지만, 제주에는 한 곳도 없었다. 지역별 의료기관 수를 고려하더라도 차이가 크다. 의료개혁 추진 배경으로 꼽히는 필수·지역의료 불균형 문제를 보여주는 셈이다.
'전문인력 구성 여부' 지표는 3개 암 모두 이전보다 점수가 향상됐다. 각 암을 효과적으로 진료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과목별 전문의가 예전보다 다양하게 갖춰졌다는 의미다.
암 확진 후 30일 이내 수술받은 환자 비율은 대장암 91.3%, 위암 84%, 폐암 93.2%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환자가 암 진단을 받은 뒤 빠르게 수술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이는 암 진단 후 조기 수술을 통한 치료성과를 나타내기 위해 새로 도입된 지표다.
수술 후 90일 이내 사망률(수술 사망률)은 대장암 2.3%, 위암 1.5%, 폐암 1.2%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3개 암 모두 종합병원의 수술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수술 후 퇴원 30일 이내 재입원율은 대장암 3.6%, 위암 3.3%, 폐암 2.3%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수술 후 합병증 관리가 적절했다는 걸 뜻한다.
자세한 병원 평가 결과는 심평원 누리집(www.hira.or.kr)과 앱(건강e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이번 평가는 말기 암 환자를 포함한 암 치료 전 과정에 대한 환자 중심·치료성과 중심의 첫 평가"라면서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질 향상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지표를 보다 정교화하는 등 의료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