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모자 쓴 미국인 교황, 2000년 역사에 처음··· 우울하던 화이트삭스 팬들이 웃는다

2025-06-12

우울하기만 하던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 팬들이 모처럼 웃고 있다. 2000년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미국인 교황이 자신들과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새 교황 레오 14세가 12일 바티칸 공식 행사에 화이트삭스 모자를 쓴 모습이 포착됐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매주 열리는 정례 일반 알현 행사 중 레오 14세는 쓰고 있던 사제모를 벗고 화이트삭스 모자를 썼다. 화이트삭스 모자를 쓰고 교황을 알현하러 온 남성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흰 사제복 위에 검은색 야구모자를 쓴 교황의 모습은 이제껏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교황은 종종 있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청년 시절 아마추어 축구팀 골키퍼로 활약했다. 프란치스코 2세는 고향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축구팀 산로렌소의 열광적인 팬이었다. 그러나 야구팬 교황은 처음이다. 야구 자체가 미국과 한국, 일본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인기가 없다 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미국인 교황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야구팬 교황도 처음으로 탄생한 셈이다.

레오 14세는 오랜 화이트삭스 팬이다. 한때 그가 지역 라이벌인 시카고 컵스 팬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친동생이 직접 나서서 부인했다. 최근에는 레오 14세가 시카고 교구 사제로 있던 2005년, 그가 화이트삭스 점퍼를 입고 월드시리즈 1차전을 현장에서 응원하는 옛 영상까지 발굴됐다.

화이트삭스는 새 교황의 오랜 ‘팬심’에 축제 분위기다. 홈구장 레이트필드 한쪽 벽면에 새 교황 벽화를 그려 넣었다. 2005년 월드시리즈 당시 교황이 앉았던 자리 가장 가까운 벽면을 찾아 그렸다. 오는 15일에는 시카고 대교구가 주관하는 새 교황 취임 기념행사를 레이트필드에서 치른다. MLB닷컴은 :“레오 14세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가 이 자리에서 최초 공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화이트삭스 구단 입장에서 레오 14세의 취임은 전례 없는 마케팅 기회이기도 하다. 레이트필드 인근에는 이미 새 교황 기념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화이트삭스는 레오 14세 취임 직후 공개 초대장을 보냈다. 교황이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레이트필드에서 시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화이트삭스 부사장 브룩스 보이어는 MLB닷컴 인터뷰에서 “시구는 언제든 환영이다. 어쩌면 타석에 들어서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게츠 화이트삭스 단장은 익살스럽게 새 교황을 반겼다. 그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인터뷰에서 “새 교황은 사랑과 배려, 그리고 인내로 일하실 분이다. 그리고 우리 팀은? 솔직히 말해 인내심을 길러주는 데 아주 좋은 팀”이라고 웃었다. 화이트삭스는 지난해 41승 121패로 리그 전체 꼴찌를 기록했다. 올 시즌도 23승 44패로 여전히 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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