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 후 무너진 홍콩 청년들의 삶 기록"

2025-12-08

“2014년 우산혁명과 2019년 민주화 시위 이후 홍콩 사회는 크게 분열되고 수많은 사람이 홍콩을 떠났습니다. 그 소용돌이 속에서 홍콩인들이 느낀 감정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홍콩 출신 사회파 소설가 찬와이(사진) 작가는 8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에이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 ‘동생’의 집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60년생인 찬와이는 1980년대 홍콩 영화 전성기 시절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첨밀밀’ 등의 각본 기획에 참여했다. 이후 2014년 우산혁명을 계기로 사회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이를 토대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대표작 ‘동생’은 누나의 시점에서 열두 살 터울 남동생이 홍콩의 민주화 시기를 통과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2022년 대만에서 출간된 뒤 이듬해 대만 최고 문학상 중 하나인 금전문학상을 받았고 국내에는 올해 민음사를 통해 번역·출간됐다.

찬와이는 “2014년 이후 홍콩 사람들의 삶은 붕괴됐다”며 “무엇보다 두 번의 사회적 저항을 거치고도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이 시민들에게 깊은 무력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 그저 오늘을 견디며 살아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메시지를 설명했다.

2018년 대만으로 이주한 그는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이후 대만 정착을 결심했다고 했다. 찬와이는 “현재 홍콩에서는 문화예술 활동 전반에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지 작가들은 경찰이나 충돌 상황을 직접적으로 묘사할 수 없고 시공간을 모호하게 설정해 홍콩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출간 이후 독자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말을 잇지 못해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찬와이는 “시위에서 반정부 활동을 했던 젊은이들이 아직도 감옥에 있다”며 “그들이 감옥에서 책을 잘 봤다는 전언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의 책 ‘동생’은 독립 서점 등을 통해서만 유통되고 있으며 도서전 등 공식 행사에서는 금지돼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 소설을 통해 한국 독자들이 홍콩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줬으면 한다”며 “소설 속에서 누나가 동생을 돌보듯 나 역시 홍콩의 젊은 세대를 보호해줄 수 있는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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