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 2위
18일 KBS교향악단과 협연
하루 10시간 연습…“DG에서 음반 내는 꿈”
바이올리니스트 이현정(예원학교 2년)이 지난해 9월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 참가했을 때 나이는 만 13세였다. 원래 14세부터 출전할 수 있는 대회인데 12월생이라 3개월이 모자랐다. 이현정의 어머니는 주최 측에 참가할 수 있는지 문의해 허락을 받았다. 경험 삼아 참가한 첫 성인 콩쿠르에서 덜컥 2위에 입상했다. 본선 진출 44명 중 가장 어렸고, 당연히 역대 최연소 수상이었다. 당시 1위 가나가와 마유미는 30세, 3위 기무라 와카나는 23세였다. 7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이현정은 “요즘도 당시 수상한 언니들과 인스타로 연락하며 지낸다”며 “외국에서 연주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동’인가 싶은데 지독한 노력파이기도 하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는 하루 10시간은 연습한다. BTS가 누군지 모를 정도로 연습 외에는 관심이 없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나 다른 취미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이동하는 차에서 클래식 음악 듣는 것”이라고 답했다. 듣는 음악도 주로 연주회나 콩쿠르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바이올린 곡이다. 연습해야 하는 곡이 있으면, 앞선 바이올리니스트의 곡을 모조리 찾아 듣고 각각의 장점을 쏙쏙 흡수하려 한다.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연주자의 영상을 찾아 확대한 뒤 0.5배속으로 보며 핑거링을 연구한다.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 때는 1, 2차 예선과 세미파이널, 파이널을 거치며 연주에 4시간이 걸리는 악보를 모두 외웠다.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악보를 보면서 연주했다고 한다. 승부욕도 엄청나다. 초등학교 때는 같은 학년 콩쿠르 출전자 이름을 적어두었다가, 다음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한 명씩 지워나갔다.
여섯 살 때 지금은 연주자도, 곡명도 기억나지 않는 바이올린 독주회에 갔다가 매료돼 곧바로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연주회에 설 정도로 작심하고 연습했다. 이현정은 “대기실에서는 떠는데, 무대 위에서는 신기하게도 안 떤다. 관객이 많을수록 안 떤다”고 말했다. 연습할 때는 ‘틀리지 말자’고 생각하지만, 무대에만 올라가면 오직 연주에 몰입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콩쿠르도 나갈 수 있는 대로 모두 나갔다. 상을 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배우기 위해서였다. 콩쿠르를 준비하며 새로운 레퍼토리를 연습하는 게 즐겁다고 한다.
이현정은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KBS교향악단과 함께 마포문화재단 신년음악회 무대에 선다. 연주할 곡은 차이콥스키 협주곡이다. 정경화의 1972년 연주 영상을 본 뒤 이 곡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재닌 얀센의 연주도 “소리가 짝 붙어서” 좋아한다. “1악장은 바이올린이 끌고 가서 좋고, 2악장은 애절한 표현이 좋고, 3악장은 열정적이어서 좋다”고 이현정은 설명했다.
언젠가 도이치그라모폰에서 음반을 내는 것이 꿈이다. “마리아 두에나스, 김봄소리같이 좋아하는 연주자들이 거기서 음반을 많이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데뷔 음반에 담고 싶은 곡은 요즘 맹연습 중인 차이콥스키다. 물론 이현정에게 남은 시간은 많다. 좋아하는 곡도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