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인내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2024-10-10

정부가 지방 의사 부족, 의사들의 특정 진료 분야 쏠림,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지나친 환자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와 필수의료·지역의료의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으로 의대입학정원 대폭 증원 정책에 대하여 의사단체 등의 극한적 반대로 현재 많은 의료체계가 정상궤도에서 이탈하여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이에 정부가 종전의 입장을 바꾸어 2026년도 대학입학정원에 대하여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면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2025년도 대학입시정원을 원점으로 조정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대화가 진척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5년도 대학 수시모집이 진행 중이므로 이를 원점에서 돌린다면 이미 원서를 접수한 고3 당사자들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불가능한 전제조건을 요구한다는 것은 ‘굴복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 이외에 다른 의미가 없는 듯하다.

얼마 전 경찰은 복귀한 전공의 및 수업을 듣는 의대생 블랙리스트를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를 한 의사 1명을 구속하였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의하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개인정보, 개인위치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올리는 행위’를 ‘스토킹행위’라고 하고,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스토킹범죄’라고 하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 또는 이를 포함한 명단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는 고객을 위한 정보 제공이라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비록 개인정보 및 개인정보위치가 공개되어도 스토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들을 비난할 목적 또는 비난할 목적이 아니라도 명단을 인터넷 상에 공개할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단과 근무처 등을 공개하는 행위, 이에 더하여 조롱의 의미인 ‘감사한 의사 명단’이라는 명칭으로 공개한 행위는 명백한 스토킹행위이고,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여 그 내용이 그대로 계속 유지되도록 하는 행위는 ‘반복적, 지속적’인 행위이므로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

또한, 현재의 분쟁 상황에서 ‘내가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것, 대학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알리는 행위’는 나의 명예에 관련이 있다는 의미에서 명예훼손죄의 가능성도 있다. 한편 대학병원 및 의과대학 입장에서는 이러한 명단 공개로 인하여 전공의 및 대학생의 정상적인 근무 및 학사일정이 방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에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의사 등에 대한 블랙리스트 공개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의료인 등이 행위자의 불법행위성을 고려하지 않고 구속된 의사를 ‘독립투사’ 등에 비유하며 모금 운동에 나서고 있는바, 이들의 행위는 ‘범죄자를 후원하는 행위’를 넘어서 ‘범죄를 옹호하는 행위’이므로 오히려 이 건 분쟁의 정당성을 흔들리게 하는 무모한 행위로 보인다.

수년 전 의사면허 결격사유를 더 넓히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에서 의사들이 ‘말 안 듣는 의사 길들이기법’, ‘의사면허 강탈법’이라면서 극렬반대 하였다. 종전의 법은 허위진단서 작성죄 등 의료관련 범죄 및 일부 중범죄를 범한 의사들에 대하여 일정기간 의사면허 결격사유로 정하였다가 개정법에서는 범죄 종류를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일정한 기간 의사면허 결격사유로 정하였다(개정된 내용도 2025년 6월 21일부터 시행).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구속된 의사의 범죄일시가 2024년이고 위 법이 적용되기 전이므로 장래 유죄로 실형선고되어도 의사면허에는 지장이 없다. 전국민을 상대로 정당한 의료제공행위의 방해를 시도한 자가 앞으로도 계속 의사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씁쓸하다.

각설하고 극대극의 대치에서 정부가 한 발짝 양보하였으니 의사단체도 한 발짝 양보하여야 장래 두발짝의 양보를 받을 수 있다. 다시 정부가 강경기조로 돌아선다면 장래 정부 계획대로 의료개혁이 달성되어 장래의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 현재의 국민은 불행하게 된다. 국민 입장에서는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정부와 의사단체가 서로 조화롭게 양보하기를 바랄 뿐이다. 의사단체와 정부는 국민의 인내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김병진 대한변협 공인 대구 형사·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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