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지옥 맛" 가자 강제휴전, 네타냐후도 쫓겨나나

2025-10-06

임기 내 노벨평화상 수상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업적을 쌓을 최대 승부처인 중동 가자지구에 휴전을 강제하고 나섰다. 막강한 미국의 군사력을 앞세워 이스라엘 점령군을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게 하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비무장시키는 게 트럼프 대통령 구상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옥” “살해” “유혈 사태” 등 협박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에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양쪽 누구라도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지난 2년 간 이어진 전쟁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전면전이 발생할 수 있어 가자지구를 둘러싼 긴장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분위기다. 하마스는 미국의 저극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에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고, 미국을 뒷배로 버텼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자국 내 비판 여론에 자칫 실각할 위기로 몰리고 있다. 가자지구 문제는 국제 유가 등 글로벌 금융 시장에도 적잖은 파급력을 미칠 수 있기에 워싱턴 정가와 뉴욕 월가도 관심을 집중하는 사안이다. 미국과 중동 현지 언론들은 가자지구 갈등의 골이 역사적·종교적으로 워낙 깊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하는 평화 협상이 한 동안 엄청난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가자 평화 구상’ 강행…“72시간 내 인질 석방하고 즉각 휴전하라”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가자지구 해결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였다. 총 20개로 구성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평화 구상’은 모든 인질을 72시간 내에 석방하고 전쟁을 종식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상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인과 전문가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위원회’가 가자지구의 일상적 행정업무를 수행한다.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맡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자지구 과도 통치 기구의 수장은 해당 구상을 설계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가 인정 여부에 관해서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개혁 프로그램이 충실히 수행되면 자결권과 국가 수립을 향한 신뢰할 만한 길이 마침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모호하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하마스도 합의하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있어 더욱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가 자신의 구상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을 더 강력하게 지원해 가자지구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뜻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30일에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하마스에 응답할 시간을) 3~4일 줄 수 있다”며 “모든 아랍, 무슬림 국가와 이스라엘도 참여했는데 하마스가 참여하지 않으면 매우 슬픈 결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평화 구상으로 30일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하루 만에 3.45%나 급락했다. 이 낙폭은 6월 24일 이후 3개월 만에 기록한 최대 낙폭이었다.

자신이 제시한 3~4일이 지났는데도 하마스가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워싱턴DC 시간으로 5일 오후 6시(한국시간 6일 오전 7시)까지 합의해야 한다”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글에서 “모든 국가가 서명했다. 만약 합의에 이를 마지막 기회를 놓치면 이제껏 누구도 보지 못한 지옥이 하마스 앞에 펼쳐질 것”이라며 “시신을 포함한 인질을 모두 당장 석방하라”고 경고했다. 이어 “내가 ‘가라’고 명령만 내리면 그들(하마스 군인들)의 생명은 빠르게 소멸할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들이 어디에 있고 누구인지 알고 있기에 추적해서 살해할 것”이라고 겁박했다.

대영제국의 이기심이 촉발한 유대·아랍인 간 뿌리 깊은 갈등…UN “이스라엘의 공격은 제노사이드”

현 가자지구 전쟁이 이어진 기간은 2년에 불과하지만, 실질적인 갈등의 뿌리는 그보다 훨씬 깊고 복잡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스라엘인과 아랍 원주민 간 영토 갈등은 19세기 말 부상한 유대 민족주의(시오니즘)와 유대인들의 실제 팔레스타인 지역 이주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1917년 당대 최강국이었던 영국의 아서 밸푸어 외무장관이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대인 국가 수립을 지지하는 이른바 ‘밸푸어 선언’을 내놓으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는 1915~1916년 영국의 헨리 맥마흔 이집트 주재 고등판무관이 메카를 통치하던 헤자즈 왕국 국왕 후세인 1세와 주고받았던 서신 내용과는 충돌하는 선언이었다. 당시 맥마흔 고등판무관은 아랍인들이 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만 제국에 대항해 봉기만 하면, 전쟁이 끝난 뒤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지역에 독립 국가를 세우는 작업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영국은 2016년 프랑스와 비밀리에 서아시아 지역을 분할하기로 하는 ‘사이크스·피코 협정’을 맺으면서 아랍인들의 뒤통수를 쳤다. 이 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일대는 영국의 관할 지역이 됐고, 유대인이 수천 년 만에 ‘민족적 고향’에 자기 국가를 건설할 수 있게 됐다. 1차 중동 전쟁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동시에 발발했다. 이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에 수십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고, 이는 80년 가까이 가자지구에 비극을 낳는 불씨가 됐다.

21세기에 들어서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완승을 거둔 강경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군과 무력으로 충돌하면서 가자지구 분쟁이 본격화됐다. 새로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은 하마스를 팔레스타인의 정식 정치 세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해 경제 봉쇄 정책을 단행했고, 고립된 지역민들은 국제 사회의 인도주의적 관심사로 부각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2008년과 2012년, 2014년 가자지구를 두고 연달아 전쟁을 벌였지만, 모든 싸움은 승자와 패자가 없는 소모전으로만 끝났다.

현 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9년 만에 선전포고도 없이 이스라엘을 대규모로 기습하면서 촉발됐다. 하마스는 당시 이스라엘에서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끌고 갔다. 하마스가 지금 억류하고 있는 인질은 생존자 20명과 사망자를 포함해 총 48명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이스라엘의 잔인한 보복 공격은 가자지구를 사실상 초토화시켰다. 가자지구 공습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까지 자행되자 그나마 우호적이었던 서방의 여론도 이스라엘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사람은 6만 6000명이 넘는다. UN 인권이사회의 독립 조사위원회(COI)도 지난달 16일 보고서를 내고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총회 연단에 오르자 50개 국의 외교관 100명 이상이 항의 차원에서 자리를 뜨기도 했다.

4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미국의 유대인 81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린 결과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답한 비율은 61%에 달했다. 응답자의 94%는 ‘하마스도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답했다. 가자지구 전쟁의 책임 주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1%가 하마스를, 80%가 이스라엘을, 61%가 미국을 꼽았다. 또 62%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팔레스타인 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휴양지 건설’ 황당 계획에서 선회…하마스 “인질 석방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부터 가자지구 분쟁 해결이 노벨평화상 수상의 최대 승부처임을 잘 알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이 지역 전쟁에 관심을 쏟으며 나름 강한 해결 의지를 보였다. 취임 직후인 2월 4일에는 가지지구의 200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모두 요르단이나 이집트로 강제 이주시킨 뒤 미국이 이 지역을 차지해 중동 지중해변의 ‘리비에라’ 휴양도시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가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아랍 국가들은 “가자는 팔레이스타인의 땅”이라며 강하게 반대했고, 아랍연맹(AL) 22개국은 3월 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독자적인 가자지구 개발안을 승인했다. 아랍연맹 안은 가자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 없이 2030년까지 530억 달러(약 76조 원)를 들여 총 40만 호의 새 주택을 건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3월 5일 트루스소셜에 “‘샬롬(Shalom) 하마스’는 ‘안녕하세요(Hello)’과 ‘안녕히 가세요(Goodbye)’를 의미하며 당신(하마스)은 선택할 수 있다”고 썼다. 무력 해결을 의미하는 최후 통첩을 당시에도 보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금 당장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당신들이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끝장낼 것”이라며 “내가 말한 대로 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낼 것이고 하마스 일원 가운데 단 한 명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5월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고액 후원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자지구 분쟁이 특히 힘들다. 그들은 1000년 동안 싸워왔기 때문에 어떠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6월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분쟁에 이스라엘·이란 상호 공습까지 겹치자 대규모로 숙청했던 국가안보회의(NSC) 인력에게도 복직을 타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존 NSC 조직원 상당수가 미국의 적극적인 대외 개입을 지지하는 ‘네오콘’ 세력일 수 있다며 이들을 대규모로 쫓아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해법을 바꿔 “5일까지 합의하라”며 강압적으로 나오자 하마스는 “인질을 석방하겠다”는 답변을 곧장 내놓았다. 하마스는 3일 밤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따라 공격을 중단하고 생존·사망한 인질 전원을 석방하는 데 동의한다”며 “국가적 합의에 기반하고 아랍과 이슬람권의 지지를 받는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기구에 가자지구 행정부를 이양하는 데 대한 승인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화 구상의 20개 항목 중 무장 해제를 비롯한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평화 준비된 것 같다”…트럼프, 이스라엘 공격 중단 압박 시작

하마스가 어중간한 답변을 내놓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의외의 이를 높게 평가하고 신뢰했다. 하마스의 답장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화살을 이스라엘로 돌려 공격 중단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의 입장 발표 직후인 3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나는 하마스가 지속적인 평화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가자지구뿐아니라 중동에서 오랫동안 원했던 평화에 관한 세부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에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협상 끝에 이스라엘은 우리가 제시하고 하마스와 공유한 1단계 철수에 동의했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이를 확인하면 휴전은 즉시 발효되고 인질과 포로 교환이 시작된다”며 “이후 다음 단계 철수를 위한 조건을 마련할 것이고 이는 3000년 대재앙의 종식을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판을 마련하기 위해 딸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이자 자신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를 이집트로 보내기도 했다. 쿠슈너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중동 문제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하마스와 전 세계 국가 사이에 인질 석방과 전쟁 종료, 중동 평화를 이루기 위한 매우 긍정적인 논의가 있었다”며 “이 논의는 매우 성공적이고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실무 협상팀이 최종 세부사항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6일 이집트에서 다시 만날 것이고 첫 단계를 이번 주 완료할 예정”이라며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대규모 유혈 사태는 아무도 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인질들을 거의 즉시 돌려받게 될 것”이라며 “유연성은 필요 없지만 약간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CNN에도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를 고집할 경우 완전히 소멸될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도 폭격 중단과 평화 구상에 동의했다”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이날 ABC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의 무장 해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그것이 평화 구상 2단계의 핵심 요소”라며 “팔레스타인의 기술 관료들이 주도하는 국제 통치 구조를 만드는 것이 2단계에서 진행돼야 할 일”이라고 제시했다. 루비오 장관은 CBS 인터뷰에서는 “팔레스타인이 국가 지위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이스라엘과의 합의뿐”이라고 강조했다.

“1단계 즉각 이행 준비”…전시내각으로 버티던 네타냐후, ‘강경파’ 반발 직면

트럼프 대통령의 단호한 주문에 이스라엘도 일단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4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모든 인질을 즉각 석방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구상의 첫 단계를 즉시 이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완전한 협력을 통해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NYT는 다만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으로 곤란한 상황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가자 전쟁에 대해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연정 세력들이 종전 논의에 불만을 품고 이탈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는 우파 정당들과 연립해 내각 정부를 구성한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연정 세력들에게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평화 구상 방향과는 다소 결이 다른 주장이었다. 에란 에치온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도 “네타냐후 총리는 전 세계가 손뼉을 치는 앞에서 자신이 왜 평화 구상에 반대하는지 설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는 4일 연설에서 하마스의 협상 제안을 거부하지는 않으면서도 시한이 단 며칠뿐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협상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언제든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부각한 것이다. 이스라엘군도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을 따르겠다고 한 직후까지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이어갔다.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4일에만 가자지구에서 6명이 사망했다. 공격 수위는 다소 낮아졌지만 완전한 휴전에 돌입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건국 직후인 1949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1963년부터 1988년까지 청소년기와 청년기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낸 인물이다. 1988년 정계에 입문해 1996~1999년 첫 총리 임기를 보냈다. 이후 가자 전쟁이 불거지자 강경론을 앞세워 2009년 총리로 다시 복귀해 12년 간 장기 집권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개인 부패 논란과 국제 사회 비판 속에 2021년 직위에서 물러났다가 2022년 또 다시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됐다. 자신에게 반대한 연정 세력이 고작 1년 만에 붕괴한 덕분이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은 역설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에게 유효한 정치적 무기가 됐다. 우경화된 전시 내각을 구축해 자신을 위한 방탄 체제로 사용하면서 부패 혐의와 경제 실정 대한 비판을 모두 회피한 까닭이다.

“하마스도 내부 분열 조짐”…전 세계 곳곳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 강제에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하마스도 마찬가지다. WSJ는 3일 아랍 중재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하마스가 내부적으로 무장 해제와 인질 석방 조건에 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칼릴 알하이야 하마스 수석협상가와 정치국 간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수용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치국은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만큼 가자지구에 근거를 둔 하마스의 군사 조직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의 하마스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을 이끄는 이즈 알딘 알하다드는 로켓과 같은 공격 무기는 포기하더라도 소총 등 소형 무기는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무장 해제 요구를 사실상 항복으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설령 하마스 지도부가 무장 해제에 합의하더라도 상당수 전투원들이 지시를 거부하고 무기를 반납하지 않거나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이스라엘 인질들을 석방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하마스 내부에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이 인질만 넘겨받고 군사 작전을 재개할 수 있다는 불신이 여전히 큰 탓이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4~5일 전 세계 각지에서는 7일 가자 전쟁 발발 2주년을 맞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잇달아 열렸다. 튀르키예에서는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여러 도시에서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무슬림의 연대를 촉구했다. 암스테르담에서도 25만여 명의 시위대가 네덜란드 정부를 향해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영국에서는 4일 런던 트라팔가 광장과 맨체스터에서 친(親)팔레스타인 집회가 열렸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1~4일 40만여 명이 참여해 이스라엘을 규탄했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7만여 명이 이스라엘과 무기 거래를 중단하라는 주장을 펼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휴전·종전 전략은 올해나 내년 이후 노벨평화상 수상 여부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는 오는 10일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UN총회 때 자국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 ‘전쟁을 끝내라’는 압력을 가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뿐”이라며 “노벨평화상은 이 분쟁을 멈출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WSJ는 이와 관련해 아랍 중재자들과 미국 당국자들이 협상이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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