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중재한 평화협정을 깨고 국경 지대에서 무력 충돌해온 태국과 캄보디아가 교전 20일 만에 휴전을 합의했다.
나타폰 나크파닛 태국 국방장관과 띠어 세이하 캄보디아 국방장관은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양국이 태국 동부 찬타부리주 퐁남론 반팍카드 국경 검문소에서 연 제3차 특별국경위원회(GBC)에서 교전 중단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휴전은 이날 정오부터 발효됐다.
협정에 따라 두 나라는 모든 무기 사용을 멈추고 민간인과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중단하기로 했다.
양국은 국경 지역에 살던 피란민이 가능한 한 일찍 귀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국경지대에 심은 지뢰를 제거할 계획이다. 또 사이버 범죄 퇴치에 협력하고 상대국을 비방하려는 목적의 허위·조작 정보 확산을 막기로 했다.
태국은 휴전 상태가 발효 이후 72시간 동안 이어지면 지난 7월 교전 때 억류한 캄보디아 군인 18명을 본국으로 송환할 방침이다.
나크파닛 장관은 이번 휴전 합의가 국경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문”이라면서도 향후 사흘 동안이 휴전이 실제로 이뤄질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휴전을 아세안 감시단이 감독할 것이며 두 나라 국방장관과 군 최고사령관이 직접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군 간 벌어진 소규모 총격전을 계기로 지난 7일 교전을 재개한 양국은 지난 22일 아세안의 휴전 촉구로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GBC 개최지를 두고 태국은 자국 찬타부리주를, 캄보디아는 중재국 말레이시아를 고집하면서 협상일이 미뤄졌고, 군사력이 열세인 캄보디아가 양보했다. 양국은 협상 나흘 만에 최종 휴전 합의에 이르렀다.
이번 합의에서도 무력 충돌의 근본 원인인 영유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충돌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양국은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 통치하면서 임의로 측량한 국경선을 두고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분쟁 국경선은 817㎞에 달한다.
한 태국군 관계자는 “캄보디아가 휴전 조건을 위반할 경우 태국군이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경고했다.
21일간 교전이 벌어지는 동안 국경 지역에서는 민간인 포함 최소 100명이 사망하고 50만 명 이상이 피란했다. 태국 당국은 교전으로 군인 25명과 민간인 1명이 사망했으며 무력 충돌에 따른 상황의 영향으로 민간인 44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캄보디아는 민간인 3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닷새간 전투기, 중화기 등을 동원해 충돌한 태국과 캄보디아는 미국과 아세안 중재로 지난 10월 평화협정을 맺고 휴전했다. 그러나 지난 7일 태국 시사껫주의 국경에서 벌어진 소규모 총격전으로 태국군 1명이 사망하면서 이 협정이 무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