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패소’ 판결문 보니…“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회의 불참 의도 의심할 만”

2024-10-14

법원이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신청 안건을 논의하는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에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불참한 것을 두고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박 대령 긴급구제신청이 ‘공적인 관심 사안’이므로 보다 광범위한 공개·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경향신문이 14일 입수한 김 상임위원이 군인권센터 등이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제기했다가 패소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5단독 김재연 판사는 군인권센터 측이 ‘김 상임위원 등의 회의 불참은 의도적 회피’라고 발언한 것은 사실 적시가 아닌 비판적 의견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 판사는 “다소 단정적인 어법이 사용됐으나 박 대령이 국방부로부터 수사 등을 받음에 따라 긴급구제 안건은 공적 관심 사안이 됐다”며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보다 광범위하게 공개·검증이 되고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보면, 지난해 8월17일 김 상임위원은 건강상 문제로 병가를 낼 예정이라며 상임위 하루 전날 불참을 알렸다. 군인권보호관으로서 자신이 맡고 있는 ‘군인권보호위원회’가 아닌 상임위에서 긴급구제신청 안건을 처리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충상 상임위원도 사전 예정된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당일 오전 갑작스러운 병원 진료 때문이라는 불참 사유는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피고들 측에선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불참한 상임위원들의 정치적 성향이 모두 보수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위원들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고려에 의한 불참이 아닌지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김 상임위원이 고 윤승주 일병 유가족의 진정을 각하한 것을 두고 ‘보복성 조처’라고 한 군인권센터의 주장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센터 측의 주장에 대해 ‘배경 맥락이 있었다’고 봤다. 윤 일병 유가족은 지난해 4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김 상임위원은 재조사 필요성을 검토했다. 윤 일병 유족은 박 대령 긴급구제가 기각되자 김 상임위원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김 상임위원은 윤 일병 사건을 각하했다.

김 판사는 “원고가 보복성으로 그와 같은 결정을 했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실로 그 표현의 진위를 확인해 입증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라며 “나름의 추측에 의한 비판적 성질을 지닌 것으로 보이고, 그와 같은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판사는 김 상임위원이 주장한 ‘감금·협박’도 근거가 없다고 봤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해 10월 센터 활동가들과 군 사망사건 유가족이 인권위를 찾아 ‘사무실 복도를 침입해 자신을 감금·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센터 측이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경찰은 활동가·유족의 감금, 협박 혐의는 무혐의로 봤으나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8월14일 박 대령에 대한 부당 수사를 멈춰달라는 취지로 인권위에 긴급구제 조치를 신청했다. 인권위는 같은 달 18일 임시상임위를 소집했으나, 김·이 상임위원이 불참해 회의는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 센터는 두 위원의 불참이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김 상임위원은 지난해 9월4일 센터와 임태훈 센터 소장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지난 10일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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