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댄스를 추는 로봇 영상을 보면서) 굉장히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현실을 짚어야 한다. 이런 동작이 과연 생산성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로봇이 마라톤을 뛰고, 댄스 배틀을 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 테슬라 등 로봇의 강자들이 앞다퉈 마치 인간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놓는다. 한국의 로봇 기술이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스며든다. 이런 현실을 전문가, 현업 관계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2일 국회AI포럼이 개최한 ‘피지컬 AI시대의 휴머노이드 포럼’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 산업계에서 지금 로봇에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는 것은 현장의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 핵심에는 업무에 구애받지 않고 두루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의 손”이라고 강조했다.
피지컬AI는 인공지능을 물리적 세계로 끌어낸 것을 뜻한다. 가장 쉽게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지능을 가진 로봇이다. 올 초 CES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AI의 다음 개척 분야는 피지컬 AI”라고 천명한 이후, 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전쟁이 더욱 격화되는 분위기다.

김 대표의 말은,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실제로 로봇 개발에 있어 집중해야 하는 영역이 무엇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대표는 “지금 손을 정교하게 쓰는 일은 아직도 가장 큰 난제”라며 “사람의 손이 지닌 섬세한 감각과 동작을 로봇에 이식하는 것에 세계 연구자들이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경영 하면서 세계적으로 로봇 손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고도 언급했다. 예컨대,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을 움직일 때 꼭 필요한 부품이다. 그는 “손 액추에이터 판매가 50% 이상 늘었다”면서 “어디에서 사가나 했는데, 전 세계 로봇연구실과 스타트업들이 손 기술, 행동 데이터, 피지컬 AI에 투자하고 있더라”라고 회고했다.

함께 세미나에서 발표한 한재권 한양대학교 교수도 ‘로봇의 손’이 갖는 역할을 강조했다. 과거엔 단순 반복작업에 그쳤던 기계가, 이제는 강화학습, 행동 데이터, 그리고 인간의 손에 가까운 조작 능력을 갖추며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로봇의 손이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데는 로봇을 교육시킬 행동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것도 짚었다. 그리고, 이 행동 데이터 영역에서 제조강국인 한국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한 교수는 “로봇의 핵심은 행동 데이터”라며, “대한민국 제조 현장에는 전 세계가 탐낼 만큼 풍부한 ‘작업 데이터’가 쌓여 있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 현장 노동자의 손짓 하나하나가 곧 로봇에게 최고의 학습재료가 될 것”이라며,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면 ‘한국형 휴머노이드’가 손재주 좋은 로봇, 즉 ‘K-로봇’이 될 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다만, 로봇 시장이 주는 기회를 한국이 가져갈 수 있는 여유는 매우 한정적일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이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 기술의 발전속도도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김병수 대표는 “손을 쓸 수 없는 한계, 행동 데이터의 부족, 그리고 산업용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수준까지 아직 갈 길이 남았지만, 이미 미국·중국에서 몇 년 만에 수조 원대 펀딩, 수십조 원대 기업가치가 나온다”고 진단했다.
한재권 교수도 “지금은 엔비디아, 테슬라, 유니트리 등이 AI와 로보틱스의 빅파운데이션을 만들어가는 중”이라며 “우리도 단순히 글로벌 소프트웨어에 의존할 게 아니라, ‘소버린 로봇’ 즉, 데이터와 AI모델을 직접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우리에게 시간은 많지 않다. 2030년이면 글로벌 게임이 끝난다. 2020년대 후반, 한국 로봇기업들이 산업 현장에 투입돼야만 겨우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김병수 대표는 “휴머노이드는 당장 생산성을 내긴 쉽지 않아 이걸로 돈을 벌기 어려운 쪽에 속한다”면서 “정부가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아이템이라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