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수 없는 기차를 이미 타고 있는 것은 악몽이다

2025-12-04

“달리는 기차를 본다 멈추지 않는 기차를/ 멈추지 않아 아무나 탈 수 없는 기차/ 그만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도 없는 기차// 기차의 속도로 달려야만 탈 수 있다/ 내리고 싶을 때 내리는 자는 치명상을 입는다// 세워주지 않는 저 기차에 우리 모두가 이미 타고 있다/ 탈 수 없는 기차를 이미 타고 있는 것은 악몽이다// 기차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몸을 던져 연료가 되는 자들이 따로 있을 뿐이다”

<누군가 나를 살아주고 있어> 수록작 ‘기차에 대하여’ 중, 창비

한국 노동시의 거목 백무산 시인이 5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이다. 폭주하는 인류 문명을 날 선 감각으로 직시한다. “도구 아닌 몸은 길들여진 도구가 되어/ 목숨 파먹고 사는 일이 사는 일인가”(‘먹기 위해 살기로’ 중)라거나 “돌아와 핏자국을 닦고 우리는 잔치를 벌인다/ 그동안 누리지 못해 안달이 났던 축제를”(‘잔치는 다시 시작되었다’ 중)이라는 시구들은 기술의 진보 앞에서 소외당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문학평론가 김명환은 이번 시집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의 출구 없음에 대한 냉철한 해부”가 담겼다고 평했다. 시인은 1984년 자신이 몸담았던 조선소와 금속 노동의 절규를 담아낸 시 ‘지옥선’으로 데뷔했다.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길은 광야의 것이다> 등을 냈다.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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