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도 홈플러스는 할인행사를 연이어 개최하며 정상 영업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와 입점업체 모두 홈플러스의 정상화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기업회생절차로 홈플러스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고 마트를 방문하는 고객도 줄면서 생존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우유도 납품 재개… ‘보먹돼’도 할인
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5월 황금연휴를 겨냥해 7일까지 ‘홈플 MEGA 골든위크’를 개최한다. 이 할인행사에서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델리, 주류 등 연휴 필수 먹거리뿐만 아니라 어린이날 맞이 완구제품 등을 특가에 선보였다.
대표적인 할인 상품으로 ‘캐나다 삼겹살/목심(100g/온라인 제외)’이 손꼽힌다. 이 상품은 점포별 100kg 한정으로 단돈 990원에 판매됐다. ‘캐나다산 보먹돼 삼겹살/목심(100g)’은 마이홈플러스 멤버특가로 50% 할인한 1290원에 팔았다. ‘유명산지 수박 전 품목(통/점포별 취급품목 상이/온라인 제외)’은 7대 카드 결제 시 50% 할인하고, ‘햇 양파(1.7kg)’는 농할 20% 쿠폰 적용 시 2992원에 팔았다. ‘봉지라면 80여종(1인 9개 한정)’은 3개 9900원에 내놓았다.
어린이날 맞이 완구 행사에서는 ‘레고 200여종(상품권 증정 제외)’은 7대 카드로 결제하면 최대 40%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또, ‘슈팅스타 캐치티니핑 60여 종’은 9900원부터 9만4900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제공했다.
홈플러스가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이같은 할인행사를 펼친 데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상품 공급 이슈의 상당 부분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3월 20일부터 두 달여 간 일시 중단됐던 서울우유의 납품을 이달 2일부터 재개했다. 2일 기준 2675개 협력사 중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2407개 업체(약 90%)에 대한 회생채권 지급도 완료했다. 대기업 협력사에 대해서도 6월부터 분할 상환해 전액 지급할 계획이다. 협력사에 상품대금 지급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홈플러스 측 설명이다

입점엄체에도, 건물주에도 내용증명
그러나 홈플러스 근로자와 입점업체 등 관계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영업을 하고 있긴 하나 시장에서 홈플러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홈플러스에 입점한 업체들은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경기도의 한 홈플러스에 입점한 A 카페는 최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다. 홈플러스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급감한 탓이다.
홈플러스의 자금난은 입점업체가 받은 내용증명에서도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최근 자체 포스기를 사용하는 입점업체에 매출액의 입금을 독촉하는 내용증명을 두 차례 보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입점업체에 본사 포스기를 사용하게 한 뒤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임차료로 뗀 후 나머지를 돌려주는 사후 정산 방식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정산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지난달부터 일부 입점업체들은 자체 포스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가 3월 매출금을 확보하지 못 하게 되자 업체들에 매출 입금을 독촉하는 것이다.
지난달 초 홈플러스는 자사 매장이 입점한 건물을 소유한 임대인들에게 임대료의 약 35~50%를 감액해달라는 내용의 공문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를 감액해주지 않는다면 임대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산하 홈플러스 노조가 기업회생 해결을 촉구하며 1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을 선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누구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구조조정과 폐점 없이 홈플러스가 회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회생계획 제출 기한인 6월 12일까지 45일도 남지 않았다”며 “MBK의 청산 계획이 10만 명의 삶을 짓밟기 전에 죽기를 각오하고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와 입점주들은 정치권에 MBK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고 있지만 여야 간 이견을 보이고 있어 청문회 개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본사와 MBK파트너스 사옥, 의혹 관련자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