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정보통신기술사
㈜한양티이씨 기술연구소장

2024년 3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서 젠슨 황 앤비디아 CEO는 “AI가 5년 안에 인간들이 치르는 모든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2월 빌 게이츠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AI가 앞으로 10년에 걸쳐 무료가 되고, 흔해지면서 훌륭한 의사, 훌륭한 교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거의 대부분 직종에서 인간이 불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미래 전망이 현실이 되면, 전문가 일자리 지형이 엄청난 변형을 가져올 것이다.
2016년 2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바둑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역사적 사건이었다.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기계가 더 잘 둔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인간 기사의 권위가 떨어졌고 직업적 정체성에 위기감이 증가하였다. 지금까지 프로 바둑 기사는 현역에서 은퇴한 후, 주로 바둑 도장에서 후진 양성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지만 AI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2024년 1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대한의사협회 대의원 총회 세미나에서 “냉정하게 약사 업무 중 과연 AI로 대체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게 있는가?”라면서 AI의 도입으로, 많은 직업이 대체 위기에 처해있는 지금 의약계 중에선 약사의 역할이 가장 먼저 위협받을 거란 전망을 내놓았다.
AI 업계에선 법률 산업이 AI 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AI 변호사의 인간 변호사의 ‘완전한 대체’는 아니지만 ‘부분적 대체’는 이미 진행 중이다. AI에 의한 리걸테크(Legal Tech)로 인한 법률서비스의 자동화로 계약서 작성, 판례 검색, 법률 요약 등 단순·반복 업무는 AI가 자동화하고 있고, AI 법률 챗봇을 통해 일반 시민도 간단한 법률 서비스를 무료 혹은 저비용으로 이용 가능하게 된다. AI가 계약서 내 법적 위험 요소 감지, 소송 가능성 예측, 판결 결과 예측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법률 서비스가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므로 소송 건이 감소하여 법률시장이 축소될 수 있다.
2022~2024년에 걸쳐 발표된 논문에서 오픈AI의 챗(Chat) GPT가 미국의사 자격시험 USMLE에 응시한 결과, GPT –3.5는 52.4~75.0%, GPT -4는 86.4%, GPT -4o는 90.4%의 정확도로 통과하였다.
AI가 일부 영역에서는 인간 의사를 대체할 수 있고, 정신과와 같은 영역에서는 오히려 인간 의사의 가치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아직 AI 의사로 대체가 어려운 영역으로는 응급 상황에서의 빠른 판단과 수술, 환자의 삶을 조율하는 복합 진료, 생명 윤리, 종합적 설명, 환자와의 신뢰 형성 등의 분야를 들 수 있다.
인간 의사가 AI 의사와 협진 체계를 형성하게 되면, 진료 효율이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므로 인간 의사들이 남아돌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2024년 의대 입학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료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 내면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2016년 11월 AI의 대부 제프리 힌튼은 AI가 5년 안에 영상의학과 의사보다 더 나은 진단을 하게 될 것이므로 영상의학과 의사 양성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AI가 영상 분석은 뛰어 나지만, 실제 임상진료에서 영상의학과 의사는 단순한 영상 판독 이외에 다학제 협진, 환자 맞춤 진단 전략 수립 등 다양하고 복잡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AI는 보조도구로써 인간 의사의 업무를 보완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수정하였다. 이 사례는 AI가 특정 과업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인간 전문가의 AI로 대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약사, 의사, 변호사 등의 일자리는 법률상 자격을 가진 사람만 업무 수행이 가능하므로 AI가 의료나 법률 서비스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AI로 인간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면, 전문가 직역 단체의 일자리 지키기 위한 철옹성 같은 저항을 넘어서야 하는데, 이번 의료사태로 미루어 보면, 난공불락일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전문가 일자리의 AI로의 완전한 대체를 위해서는 법적인 자격, 책임 소재, 윤리적인 문제가 선결되어야 하고, 일자리를 특정 과업으로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과업들의 조합 그리고 관련 업무와의 연계성과 주변 관계자와의 협력 등을 포괄하는 업무로 접근해야 하므로 인간 전문가와 AI의 협력체계는 상당한 기간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AI로 인한 전문가들의 업무 효율 향상으로 전문가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인간 전문가는 더 전략적, 창의적, 공감적인 역할에 집중하게 됨으로써 결국 AI를 잘 활용하는 전문가들이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