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자영업자, 창업 후 5년 이내 폐업 위기 맞는 경우 많아
음식점업 창업 대비 폐업률, 127.5%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
단순한 사업 실패 넘어 경기 침체, 외식 소비 위축 등 외부 요인
청년층 특유의 경험 부족, 자본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 맞물려
실패 이후 재도전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원 체계 마련 시급해
전문가들 “창업 이후 생존·회복 돕는 정책적 고민 절실하게 필요”
20~30대 자영업자들이 창업 후 가장 많이 문을 닫은 업종은 ‘음식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창업자들은 타 연령대보다 재정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방에서의 폐업률이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29일 NH농협은행과 NH농협카드는 2021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의 금융거래(여·수신) 정보 및 가맹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청년 자영업자의 폐업자 수와 폐업률은 모두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 1월 약 6000명이던 청년 폐업자 수는 2023년 8월 기준 9000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폐업률도 50%에서 62%로 상승했다. 특히 2024년 1월에는 폐업률이 약 90%에 달했다. 이달 들어서는 폐업자 수가 1만2000명을 넘어서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음식점업의 폐업률이 가장 높았다.
2023년 9월부터 2024년 8월까지 1년간 청년 창업 대비 폐업률은 음식점업이 127.5%로, 청년들이 100개의 식당을 창업하는 동안 127개의 식당이 문을 닫은 셈이다. 뒤를 이어 일반주점(99.1%), 기성복점, 커피전문점, 편의점, 휴게음식점 등이 폐업률 상위 업종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전체 연령대에서는 슈퍼마켓이 폐업률 181.7%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일반음식점(169.4%) △화장품점(138.3%) △일반주점(136.2%) △스포츠용품점(128.1%) 등이 높은 폐업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뚜렷했다. 청년 자영업자의 창업 대비 폐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남(69%)이었고, 이어 울산(68%), 광주(67%) 순이었다.
서울은 58%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이는 서울에서 창업한 청년 자영업자들의 생존율이 비교적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흥미롭게도 서울은 타 연령대의 폐업률(88%, 전국 11위)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았다.
폐업 시점과 관련해서는 창업 초기 5년 이내에 문을 닫는 비율이 68%에 달해, 타 연령층(60%)보다 8%포인트 높았다. 이는 청년 창업자들이 사업 초기 더 큰 리스크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재정 상태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한 청년 가맹점주의 평균 수신 잔액은 285만원으로, 정상 가맹점주(387만원)보다 26% 적었다. 반면 대출 연체금은 폐업 가맹점주가 평균 2084만원으로 정상 가맹점주(1933만원)보다 8% 높았다. 카드 연체금액은 폐업 가맹점주가 평균 362만원으로, 정상 가맹점주(275만원)보다 32% 많았다.

한 창업 전문가는 “청년 자영업자들은 창업 후 5년 안에 심각한 폐업 위기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음식점업의 폐업률이 127.5%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경기 침체와 외식 소비 위축 같은 외부 요인뿐 아니라, 청년층의 자본 부족과 경험 부족 등 구조적 요인이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방의 폐업률이 수도권보다 높은 점은 지역 간 경제 격차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며 “청년 폐업자의 낮은 수신 잔액과 높은 연체 금액을 보면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한 창업 장려를 넘어, 실패 이후 재도전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지원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며 “청년 창업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고민과 함께, 창업 이후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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