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가맹사업, 즉 프랜차이즈를 두고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 ‘가장 성공적인 사업 확장 방식’ ‘시스템 경영의 정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점주)를 모집함으로써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고, 가맹점사업자는 가맹본부로부터 상표·영업비밀·운영 노하우 등을 전수 받아 조기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 발표’에 따르면, 가맹산업의 외형적 성장이 정체된 것과 달리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안정적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2023년 소상공인 평균 매출액은 약 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9% 감소했지만,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은 약 3억 5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가맹본부의 횡포에 대한 성토가 자주 들리는 데도 주변에서 창업하는 사업체의 상당수가 가맹점인 것엔 이유가 있다.
가맹사업의 본질은 위험의 이전 또는 분산에 있으므로, 가맹점을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가맹본부가 매장 개설을 통한 수익 확보에 확신이 있다면, 가맹점을 모집하지 않고 직영점을 늘릴 것이다. 가맹사업의 유형은 대부분 외식·도소매 등 유통·교육 등 서비스에 집중해 있다. 이런 분야는 “인건비가 안 나온다”는 평을 받는 분야로, 마진이 적고 폐업률이 높은 편이다.
소규모 자영업에서 가맹사업의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예전과 달리 가맹사업의 부실한 운영이나 횡포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가맹점 보호를 위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앞으로 엄청난 자본과 탁월한 기획력 없이는 가맹사업을 시작할 엄두도 못 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물류와 유통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가맹사업의 특수성과 이에 대한 법령의 규제를 살펴본다. 가맹사업법 제2조 제1호는 ‘가맹사업’을 가맹사업과 가맹점사업자 간의 계속적 거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가 자기의 상표·서비스표·상호·간판 그 밖의 영업표지를 사용해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 방식에 따라 상품 또는 용역을 판매하도록 함과 아울러 이에 따른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교육과 통제를 한다.
· 가맹점사업자는 영업 표지의 사용과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교육의 대가로 가맹본부에 가맹금을 지급한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가맹본부의 수익모델은 브랜드, 운영 노하우, 시스템 제공 등에 대한 대가로 받는 로열티 수입이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맹사업에서 로열티 수입의 비중은 미미하고, 가맹사업의 이익은 대부분 가맹점사업자에 제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수취하는 유통마진에서 발생한다.
이를 두고 “물류와 유통에 의존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평이 나온다. 더불어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간에 구매 강제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가맹본부는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혁신할 동기를 잃어버린 채 유통마진에 안주하게 된다는 점이 폐해로 지적된다.
언론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은 로열티·라이선스 수입이 대부분이고, 물류와 유통은 가맹점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협동조합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므로 구매 강제 등과 같은 분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국내에서 위와 같은 사례를 본 적이 없고, 우리나라 문화 저변에 깔린 영업비밀·지식재산권에 대한 홀대를 볼 때 해외 모델 도입이 가능할지 확신이 없다. 가맹점사업자가 가맹사업의 영업비밀, 운영 노하우를 흡수한 후 바로 탈퇴해 간판이나 메뉴만 살짝 바꾼 채 비슷한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 법제나 정서상 이에 대해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맹사업 법령과 공정위는 유통과 물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우리나라 가맹사업의 문제를 인식해 여러 방법을 통해 가맹사업을 규제하고 있다. 첫 번째는 ‘필수품목’ 규제다. 필수품목이란 가맹사업의 통일적 이미지 확보와 상품의 동일한 품질 유지를 위해 가맹점사업자에게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와 거래할 것을 강제하는 품목을 말한다.
원래 사인 간의 거래에서 어떠한 품목으로 지정해 거래할 것을 강제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상표권의 보호 및 서비스의 동일성 유지를 본질로 하는 가맹사업의 특성상 필수품목에 대해서는 구매 강제를 어느 정도 허용한다.
대신 가맹사업 경영에 필수라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하고, 가맹계약서에 이를 명시해야 하며, 거래조건을 가맹점사업자에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반드시 가맹점사업자와 사전 협의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김밥 가맹사업에서 소독 용품, 세재, 장비 세척제 등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구매를 강제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치킨 가맹사업에서 육계·소스를, 커피 가맹사업에서 원두·케이크 등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차액가맹금 규제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점사업자가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는 상품 등의 가격에 대해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대가 중 적정한 도매가격을 넘는 대가를 말한다.
가맹사업 법령은 차액가맹금 수취 여부, 가맹점당 평균 차액가맹금, 가맹점당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의 비율 등을 반드시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가맹사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사전에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창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피자 프랜차이즈 사건에서 차액가맹금의 수취 근거를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거나 정보공개서 등의 방법으로 사전에 통지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업자를 통해 거래하게 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간에 상품 공급 거래가 없었다면 가맹본부가 수취한 차액가맹금 자체가 부당이득이 된다고 판시해 업계에서 차액가맹금 수취의 근거와 정당성을 검토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가맹사업에서 물류와 유통 비중을 줄이려는 법령, 공정위, 법원의 입장은 명확하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가맹본부는 필수품목 지정 현황, 차액가맹금 수취 근거를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 한다. 가맹점사업자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규제를 준수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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