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매체와 기술 전문가 사이에서 “애플이 부진을 면치 못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폰을 비롯한 주력 하드웨어가 여러 해에 걸쳐 침체기를 겪고 있는 데다, 애플TV플러스의 손실도 지속 되고 있다. AI 시리 개발 역시 늦어지는 중이다.
미국 현지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20일(이하 현지시각)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TV플러스로 인해 애플이 매년 10억달러(한화 약 1조 4667억원)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TV플러스는 애플이 2019년 출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다.
이뿐 아니다. 유명 기술 분석가 베네딕트 에반스는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에어팟 등 늘 출시하던 제품을 낼 뿐 최근에 별로 한 일이 없다”고 지난 14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애플 하드웨어가 수년에 걸친 침체기를 겪고 있다”며 “유일하게 (애플TV플러스를 제외하고) 서비스 분야만 성장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애플TV플러스, 애플 서비스 중 유일하게 수익 못 내

에반스가 “유일하게 성장했다”고 지칭한 서비스 분야도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애플TV플러스 때문이다. 더인포메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TV플러스 출시 이후 콘텐츠에 50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매체는 “애플이 홍보 행사를 위해 배우와 프로듀서가 이용할 항공편에 회당 수십만달러를 쓰기도 했다”며, 이는 할리우드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매체는 애플TV플러스 팀에서 일했던 직원의 제보를 인용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영화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부어도 구독자가 유의미하게 늘거나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다”며 작년 애플TV플러스 예산을 5억달러 삭감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OTT 외에 아케이드, 뮤직, 뉴스 등 다른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더인포메이션은 애플TV플러스가 애플 서비스 사업 중 유일하게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언급하면서 “소비자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하드웨어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지금 서비스 매출이 중요해졌다”고 활로 모색을 촉구했다.
진척 없는 ‘AI 시리’ 결국 책임자 바꿨다
애플은 작년 세계개발자회의(WWDC) 행사에서 자사 인공지능(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를 음성비서 시리에 통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몇 달동안 아이폰 16 시리즈로 AI 시리를 사용하는 모습이 담긴 TV 광고도 송출했다.
그러나 AI 시리 개발이 늦어지면서 광고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AI 시리가 언제 출시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애플 대변인이 “내년 출시로 예상한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19일 미국 내 아이폰 구매자 일부는 “광고와 달리 기능이 없거나 제한됐다”며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마냥 두 손 놓고 지켜보는 건 아니다. 20일 블룸버그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팀 쿡은 최근 AI 부문 책임자를 존 지아난드레아에서 비전프로 그룹 부사장 마이크 록웰로 교체했다. 매체는 “지아난드레아가 팀 쿡의 신뢰를 잃었다”며, 애플이 경쟁사보다 AI 도입이 늦어지는 점을 의식해 임원진 개편을 단행했다고 해석했다.
록웰은 최근 몇 달동안 애플 인텔리전스를 비전프로에 적용하는 작업을 이끌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능은 4월 비전OS 업데이트에 적용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애플 내부에서 시리를 서슴없이 비판해왔으며, 최근 몇 주 동안에는 AI 그룹에 자문을 제공했다.
AI 시리 출시가 늦을수록 소비자는 신제품 구매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13일 모건스탠리 분석가 에릭 우드링이 조사·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아이폰 16을 구매하지 않은 기존 사용자 중 절반은 “AI 시리가 출시되지 않아 신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하드웨어와 서비스 매출 양면으로 부담이 커진 애플이 어떻게 이 상황을 타파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