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내년에 본사업으로 전환되는 농식품바우처 지원사업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0월31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 절차에 착수했다. 이와 병행해 국회 상임위별 예산안 예비심사도 진행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선 저조한 예산 확보로 본사업 전환이 무색해진 농식품바우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은 취약계층에게 국산 농식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전자카드 형태의 바우처를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까지 시범 운용되다 내년에 본사업 전환이 확정됐는데, 내년도 예산안엔 올해(148억원)보다 약간 증액된 381억원이 반영되는 데 그쳤다. 당초 농림축산식품부가 필요하다고 봤던 1조2765억원(국비 6000억원) 가운데 6%(국비 기준)만 반영된 셈이다.
사업을 전국 단위로 추진할 만큼 예산이 확보되지 못하면서 정부는 지원 기준을 종전 ‘중위소득 50% 이하(기초생활수급) 가구’에서 ‘중위소득 32% 이하(생활급여 수급) 가구 중 임산부, 영유아, 초·중·고등학생이 있는 가구’로 바꿨다. 이에 따라 수혜 가구도 올해 9만7000가구에서 내년에 8만7000가구로 줄어들게 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을 통해 농식품바우처의 수혜 대상 축소뿐 아니라 사업 취지마저 바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의 중요한 목적은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 강화와 영양 개선’인데 지원 기준이 바뀌면서 기초생활수급 가구의 32.2%를 차지(2022년 기준)하는 ‘노인 포함 가구’와 13.8%를 차지하는 ‘장애인 포함 가구’ 등 먹거리 취약계층이 배제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1인가구 역시 빠지게 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 효과분석’에 따르면 중위소득 50% 이하인 1인가구의 영양소 섭취량은 중위소득 50% 초과 가구의 80% 수준에 그친다.
김상효 농경연 연구위원은 “사업의 당초 설계는 물론 그동안 시범사업과 모든 관련 연구의 전제는 사업을 소득 기준에 맞춰 추진하는 것이었다”면서 “소득 기준을 중위소득 10% 등으로 조정하더라도 당초 설계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지원 기준을 소득에서 영유아 포함 가구 등으로 바꾸면서도 지원액은 가구원수만으로 책정하는 점 역시 문제다. 가령 지원의 중요한 기준이 ‘영유아’ 자녀의 유무지만 영유아가 1명인 4인가구는 10만원을 지원받는 반면 영유아가 2명인 3인가구는 8만3000원을 받는 상황이 생긴다. 예정처는 “사업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사업 설계를 이에 부합하도록 조정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성과 분석을 통해 임산부·영유아·학생 포함 가구 외 취약가구에 대한 지원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국회 단계에서 예산 증액이 필요한데, 그렇지 않을 경우 사업 존폐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현재 농식품부 구상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임산부·영유아에게 보충영양식품을 제공하는 보건복지부의 영양플러스 사업과 차별성을 잃게 되고 언제든 사업 통폐합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예정처는 쌀 시장격리 때 농협경제지주가 우선 자금을 투입한 뒤 정부가 추후에 보전하는 방식이 ‘국가재정법’상 국고채무부담행위와 유사한데도 관련 법적 근거가 없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년에 예산이 크게 확대되는 농업수입안정보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과 농촌공간정비사업의 낮은 사업 진척률을 고려해 예산 배정에 속도 조절을 할 것도 주문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