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플라스틱 오염이 인류와 지구 생태계의 가장 시급한 환경 위협으로 떠오른 가운데, 툴레인대학교 연구진이 해양 플라스틱이 생태계에 가장 큰 위험을 초래하는 지역을 최초로 전 세계적으로 평가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번 연구는 흔히 알려진 ‘쓰레기 패치’와 같은 플라스틱 집중 구역이 반드시 가장 위험한 지역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오히려 해양 생물 밀도가 높고 오염물질이 중첩되는 해역에서 생태적 위협이 크게 나타났다. 플라스틱 농도가 낮은 해역도 심각한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단순히 플라스틱 축적량을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섭취 ▲얽힘 ▲유해 화학물질 침출 ▲독성 오염물질 운반 등 네 가지 주요 경로를 분석해 ‘글로벌 생태 위험 핫스팟 지도’를 제시했다.
얀수 장(Yanxu Zhang) 툴레인대 지구환경과학과 부교수는 “플라스틱 오염이 전 세계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한 구체적 생태적 위험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다양한 위험 경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 지식 격차를 메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새롭게 개발한 계산 모델은 해양 플라스틱 분포, 해양 생물 종 서식지, 오염 물질 수준을 통합해 위험도를 산출했다. 이를 통해 고위험 지역으로 ▲중위도 북태평양과 북대서양 ▲북인도양 일부 ▲동아시아 연안이 지목됐다. 특히 어장이 밀집한 해안 지역은 ‘유령 어구’(자망·덫·낚싯줄·트롤망 등 버려진 어구)로 인한 얽힘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는 플라스틱이 해양 먹이사슬 속에서 메틸수은, PFOS 등 ‘영구 화학물질’을 운반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오염된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해양 생물이 많을수록 인류 건강에도 위협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경고다.
연구진은 2060년까지 특별한 대응이 없을 경우, 플라스틱 섭취로 인한 위험이 지금보다 세 배 이상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플라스틱 사용 감축, 폐기물 관리 개선, 국제 협력 등이 병행된다면 위험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장 부교수는 “이번 연구는 해양 정화 우선순위와 정책 결정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며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이 논의되는 지금, 가장 효과적인 개입 지점을 찾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중국 난징대학교·남중국공과대학교, 미국 UC샌디에이고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 캐나다 콩코르디아대학교, 뉴질랜드 지질·핵과학연구소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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