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남해군 어민들이 정성껏 길러온 참돔이 적조로 하루아침에 전량 폐사했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비극이다. 3년 동안 피땀 흘려 키운 어족이 바다 위에 둥둥 떠올라 썩은 냄새를 풍기며 수거되는 현장은 어민에게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삶의 희망 자체를 앗아가는 절망의 장면일 것이다. 특히 보험조차 들지 못한 이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지역의 불운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시대에 해양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다. 여름철 고수온과 빈번한 폭염, 해양 순환의 교란은 적조 발생을 더욱 쉽게 만들고 있다. 과거 6년 전 피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어민의 말은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웅변한다.
적조는 돌발적 재난이지만, 반복되는 재앙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응은 여전히 사후약방문에 머물고 있다. 방제용 황토 살포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수온과 영양염류를 조절할 수 있는 양식장 관리 기술, 사전 경보 시스템, 친환경적 양식 방식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아울러 양식 어업인들이 보험과 긴급 재정 지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피해 후 복구보다 사전 예방에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
어민들의 땀은 단순히 생계 차원을 넘어 국민 밥상과 직결된 생명산업을 지탱한다. 적조로 인한 어민의 눈물이 해마다 되풀이된다면 해양 강국, 수산 강국의 미래는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재해를 국가적 위기관리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어민들의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재난을 겪을 때마다 체념이 아닌 "다시는 이런 피해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