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국내 임플란트 업계가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실적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덴티움은 실적 하락폭이 두드러지며 '만년 3위'였던 메가젠임플란트의 추격을 받는 상황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임플란트 3사(오스템임플란트·덴티움·메가젠임플란트)의 2025년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업계 1위인 오스템임플란트는 상반기 매출 65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줄었고 영업이익은 420억원으로 62.5% 급감했다. 오스템 측은 "해외 영업망 확대와 인력 충원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수익성 악화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덴티움의 하락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매출은 1591억원으로 전년 동기(1944억원)보다 18.1% 줄었고 영업이익은 251억원으로 46.5% 감소했다. 중국 시장의 부진이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덴티움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51.4%를 중국에서 올렸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45%로 비중이 감소했다. 중국 내 역성장은 3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덴티움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 분야에 신규 진출해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 핵심 부품 국산화와 양산을 추진 중"이라며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가젠임플란트는 매출 1419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1.5%, 62.7% 줄었지만 덴티움보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충격은 덜했다.
회사 측은 국가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수출 비중은 2023년 73%에서 2024년 78%로 증가했다. 미국, 유럽 등 다양한 해외 시장에서 수출을 늘린 전략이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메가젠은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에서 덴티움을 제치고 업계 2위에 오른 바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중국 임플란트 수출 실적은 약 1794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2574억원) 대비 30.1% 감소했다. 중국에서 시행된 'VBP(중앙집중식 구매)' 정책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VBP는 국공립 의료기관이 정부 주도로 특정 의료기기를 대량 구매하는 방식이다. 입찰 참여 기업은 기존 가격 대비 60~80% 낮은 단가를 제시해야 낙찰 자격을 얻는다. 낙찰에 실패한 기업은 병원 공급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사실상 시장 퇴출에 가까운 구조다. 초기에는 국내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로는 중국 내 자국 브랜드가 반사이익을 얻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중국 내 소비 심리 위축도 악재로 작용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이 외산 고가 제품 대신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브랜드를 선호하는 흐름이 확산됐고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가격을 낮추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스위스 소재 글로벌 임플란트 기업 스트라우만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시장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두 자릿수 성장세를 견인했다"고 밝혔다. 스트라우만은 2019년 중국 시장 점유율 3위였으나 2022년 말 1차 VBP 시행 직후 1위로 올라선 뒤 점유율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내년 예정된 2차 VBP 정책 시행으로 중국 시장의 수익성 악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VBP는 3년 단위 계약을 맺는 구조다. 한 번의 낙찰 실패가 향후 3년간 매출에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국 브랜드 육성 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중국 치과용 의료기기 시장은 국산화 가속화와 까다로운 인증제도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고부가 기술력 확보, 2·3선 도시 대리점 네트워크 강화, 온라인 유통망 구축이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