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검색으로 구글 아성을 위협 중인 퍼플렉시티가 광고·상거래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격적인 수익화를 위해서는 광고 연계가 필수지만 수십년간 온라인 검색·광고계를 지배해온 구글의 탄탄한 광고·상거래 기반을 뚫기 쉽지 않은 듯하다. 오픈AI 등 타 AI 개발·운영사도 사정은 비슷해 AI 수익화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디인포메이션은 “퍼플렉시티가 광고 판매에 나선지 거의 1년이 지났으나 사업 구축 속도가 더디다”며 “광고주가 극소수에 불과한데다 마케터와 판매자들이 퍼플렉시티와의 경험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퍼플렉시티는 지난해 11월 광고 사업을 시작했다. 사용자 질문과 연관된 광고를 노출하고 구매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기존 구글 검색 광고와 유사한 형태다. 지난해 2달간 퍼플렉시티가 광고로 거둔 수익은 2만 달러 남짓이었다. 서비스 출시가 연말에 이뤄진 점을 감안해도 적은 수치다. 광고주 수도 제한적이다. 올 3월 기준 광고주는 12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퍼플렉시티의 광고 도입이 ‘실험’ 단계임을 감안해도 성장세가 낮다. 반쯤은 의도한 결과다. 퍼플렉시티는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만 광고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으로, 그간 광고를 의뢰한 광고주 중 0.5%에게만 게재를 승인했다. 하지만 광고주들도 퍼플렉시티 서비스에 불만을 갖고 있다. 광고가 AI 검색 후 후속 질문으로 제안되는 형태로만 노출되는 등 ‘광고판’이 너무 작은데다, ‘장바구니’가 없고 간편결제 등 기본적인 쇼핑 연계가 제한적이어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따른다. 광고 도입 부진이 지속되자 퍼플렉시티에서 관련 사업을 이끌던 임원도 지난달 퇴사했다고 한다.
주요 AI 개발·운영사 중 처음으로 광고 도입에 나선 퍼플렉시티가 어려움을 겪는 데 따라 오픈AI·엔트로픽 등 경쟁사의 수익화 성공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 오픈AI도 올 4월 챗GPT에 쇼핑 기능을 도입했으나 이후 이렇다할 성과를 밝히지 않아왔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현 AI 업체들의 주 수익원은 구독과 종량제 클라우드 앱인터페이스(API) 사용료다. 하지만 막대한 AI 인프라·인건비 투자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글·메타 등 플랫폼 기업과 같은 광고·상거래 연계가 필수다. 퍼플렉시티도, 오픈AI도 광고와 상거래의 잠재력을 증명하지 못하는 데 따라 현 AI의 ‘형식’이 광고에 불리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번진다. 구글이 수십년간 쌓아온 유연한 검색·광고·구매·결제 생태계를 따라잡기 힘든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구글은 2025년 2분기 총 매출 964억3000만 달러 중 75%인 720억5000만 달러를 광고에서 거뒀다. 구글은 단순히 광고 노출이 많을 뿐만 아니라 최적의 광고를 노출할 수 있도록 돕는 ‘구글 애드센스’ 등 플랫폼이 탄탄해 광고주 선호도가 높다. 역시 광고 비중이 높은 메타 또한 메타 오디언스 네트워크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테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마케팅비는 한정적이고 모두가 비용을 최적의 플랫폼에 쓰고 싶어한다”며 “아직 스타트업에 불과한 AI 업체들이 광고 시장의 ‘고객’인 광고주 편의성까지 고려한 플랫폼을 구축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