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환경가전 시장의 성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업계를 대표하는 코웨이와 SK인텔릭스가 각기 다른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렌탈 사업이라는 동일한 기반에서 출발했지만 코웨이는 해외법인 확대와 뷰티·헬스케어 부문 강화에, SK인텔릭스는 정관 개정을 통한 미래 산업 진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웨이는 2025년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2조4338억원, 영업이익 45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8%, 12.1% 증가한 수치다. 회사 측은 "해외 법인 실적 개선과 뷰티·헬스케어 사업 편입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SK인텔릭스는 같은 기간 매출 4238억원으로 전년(4129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71억원으로 22% 감소했다.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오븐 등 일부 주방가전 사업을 정리하고 경동나비엔에 해당 부문을 매각한 영향이 반영됐다.
양사의 행보는 점차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코웨이는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화장품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리엔케이비앤에이치'를 신설한 뒤 관계사 힐러비를 흡수합병하면서 뷰티 사업을 정비했다. 생활가전 중심이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뷰티·헬스케어로 확대하며 '라이프케어' 기업으로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합작사 '네코아 홀딩스'를 종속회사로 편입하며 해외 전략을 본격화했다.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이미 법인을 운영 중인 코웨이는 내수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매출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코웨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쌓아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주요 거점을 확대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며 "사업 구조 재편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미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SK인텔릭스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맞춰 사업 영역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정관을 개정하며 사업 목적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환경가전 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헬스케어,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가구, 산업용 로봇 등 신산업 진출을 본격화한 것이다.
SK인텔릭스는 1985년 동양시멘트 기계사업부로 출발해 2013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환경가전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품목 제한에 따른 매출 정체 우려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망 확대에 나서는 등 해외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혁신 기술 기반의 신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정관을 유연하게 보완하고 있다"며 "AI와 헬스케어 등 미래 가치가 높은 분야로 외연을 확장해 장기 성장의 기틀을 다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두 회사의 전략이 향후 환경가전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화된 내수 시장을 넘어, 기술 혁신과 글로벌 확장이라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