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사인연합회 “섣부른 주기적 지정 유예는 정책간 미스매칭…평가항목 개선 필요”

2025-01-16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한국감사인연합회(회장 김광윤 아주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올해 첫 성명서인 ‘지배구조 우수기업 주기적 지정 유예방안(안)에 문제있다’를 통해 금융당국의 주기적 지정제 유예안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과 개선점을 짚었다.

금융위원회 등은 지난달 31일 지배구조 우수기업을 평가해 주기적 지정제를 유예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대주주가 실질적 경제없이 경영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하는 구조적 모순에서 발현한다.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려면 구조적 해법이 있어야 터인데, 정작 금융위가 내놓은 방안은 개인의 선의에 의존한 방안으로 보인다. 마치 왕정체제에서는 명군이 나타나도 후대에 혼군이 나와 나라를 망치는 것을 방지할 수 없듯이 금융위의 정책은 근본적 모순이 없지 않다고 말하기 어렵다.

2000년대 초반 엔론, 월드컴 등 대형 회계부정 사태로 도입한 사베인스-옥슬리법(SOX) 사례를 되짚어 볼 때, 2016~2017년 대우조선해양 회계부정 사태로 도입한 주기적지정제 사례를 되짚어 볼 때, 금융위의 지배구조 우수기업 평가 방식은 현안으로는 지극히 부족한 점이 다대하며, 이것이 그대로 실행되었을 경우 발생할 부작용은 현 단계로는 예상하기 어렵다.

한국감사인연합회는 국내 회계학계, 회계현업의 원로들과 최고의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권위 있는 단체로 현재 금융당국이 제시한 주기적 지정제 유예방안(안)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점을 고루 짚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지배구조 우수기업 주기적 지정 유예방안(안)에 문제있다

(2025.1.15. 한국감사인연합회)

지난해 말 2024.12.31.자로 금융위원회가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대하여 감사인 주지적 지정을 3년간 유예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그 내용인즉 외부감사인 주기적지정제가 2017년 10월 회계개혁의 일환으로 감사인의 독립성 강화 및 감사품질을 제고하여 근본적인 회계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목적 아래 도입하면서 당시 국회 정무위 논의에서 외국에 없는 제도 도입인 만큼 향후 지배구조 변화시 제도를 재평가한다는 조건을 달았고, 2023년 3월 감사원 감사시 상황 진척의 촉구를 지적받은 바 있던 중 정부의 밸류업(value-up, 주가제고) 정책을 계기로 기업들이 감사비용 상승 및 표준감사시간 증가로 감사의 강도가 높아져 불평이 제기되어 오던 주기적 지정제의 면제가 한 방책으로 거론되면서 급하게 개선방안을 논의하게 되었다.

금융위는 지난 2024년 5월 관계기관T/F(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자본연, ESG기준원, 회계기준원, 한공회, 상장협, 코스닥협, 학계 등 10개 기관 협의체)를 구성하여 열띤 논의를 거쳐 연말에 이르러 다소 후퇴한 3년 유예방안(6년 자유선임 후 3년 정부지정안에서 9년 자유선임 후 3년 정부지정으로 변경하는 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그 대상이 상장사 중 감사위원회 설치회사이면서, 신외감법 시행(‘18년) 후 주기적 지정 또는 직권 지정을 통해 1년 이상 지정감사를 받은 회사(’24년말 현재 749개사)로 하되 ’25년말 현재 지정감사를 1년 이상 받게 되는 회사도 포함(‘25년말 현재로는 전체 상장사의 약 79%로 예상된다고 함)시킨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비상장대형법인과 금융회사는 3년유예의 적용대상에서 빠져 종래의 주기적 지정방식 상황 아래에서도 시스템이 복잡하게 되었으며, 25년에 처음 지정감사 받아온 1년차인 상장사도 포함시킴으로써 그 전년에 지정받아 연도 중 분/반기감사 등으로 이미 시행 중인 주기적 지정을 다시 유예받는 등 혼선이 있게 된다.

둘째, 제시된 일정(로드맵)이 너무 빡빡한 바, 2025.1분기에 외부감사법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법령개정 및 시행은 2분기에 추진하며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추가 반영하는 것으로 하되, 1분기에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25.6~7월에 유예신청을 접수하며 ’25년 3분기에 평가위원회 및 증선위 심의의결을 거쳐 2026년부터 소정 기준을 충족한 상장사로서 감사위원회 설치회사에게 주기적 지정제를 3년 유예 적용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원점 재검토하는 기간 이전인 3년간을 ’25년~‘27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계약이 전년도말까지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유예기간 3년은 회계연도로 볼 때 일부 중첩되어 ’26년~‘28년이 되어야 하지 않을지 의문이 든다.

셋째, 보도자료 본문에 참여기관을 10개소로 제시하였으나 막상 제시한 참여자 명단에 9개 기관의 인사는 있으나 학계측 인사는 보이지 않고 있어 정책방안 관련한 의견 수렴의 범위와 투명성에 신뢰도가 미흡해 보인다.

넷째, 구체적으로 제시한 지배구조 우수기업 평가기준으로 5대 분야 17개 항목(최대 1,050점 만점에 800점 이상 획득시 지정 유예함)을 제시하였는데 내부감사기능의 독립성, 전문성, 감사지원조직의 실효성, 외부감사인 선임절차 투명성, 회계투명성 제고 자체노력 등 5대 분야에 걸쳐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어 고심한 노력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아직도 느슨하여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적지 않다.

1) 학문상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란 기업의 의사결정구조를 의미하는 것이고, 구성요소로서 주주권익 보호, 이사회 리더십, 내/외부감사를 통한 회계투명성 확립이 핵심이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된 2017년 회계개혁 직전의 사정을 보면,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순위가 수년간 세계적 평가기구인 IMD 등의 평가에서 63위 등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국내적으로 대우조선해양,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을 비롯하여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을 망라하여 회계부정, 횡령사고 등이 자주 언론보도되면서 우리나라 특유의 지배구조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두루 인정되었고 오늘날까지도 변함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감사계약에 관한 한 전문경영자 중심의 선진국과 달리 소유경영자 중심의 지배구조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현실을 고려하여 계약자치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 감사인 전면지정제가 높이 주장되었으나 타협책으로 6년 자유선임(3년씩 2회 계약) 후 3년 정부지정하는 주기적 지정제가 도입되었는데, 이것이 1년전 밸류업 당근책의 하나로 조세감면 등과 함께 회계투명성 제고에 역행함에도 불구하고 피감기업측의 감사계약상 갑(甲)지위를 3년 더 강화해주는 9+3제로 시도되고 있어 당초 주기적 지정제 도입시 예정한 6+3의 9년 한 사이클이 완성되기도 전에 도중 후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본회는 작년에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간 미스매칭(mismatching)임을 성명서로 분명히 지적한 바 있다.

2) 평가항목면에서 볼 때도 강화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지배구조는 감사위원이 이사를 겸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법 체계에서 기업전체의 지배구조와 분리해서 생각하기가 곤란하다. 특히 감사기능 독립성 분야(총 300점)와 관련하여 감사위원의 분리선출 규모로서 1인시 100점, 2인 이상 200점을 부여하는 것으로 하고 있으나, 분리선출이 대주주의 3% 의결권 제한을 받는 것에 불과하고 그 자격에 대한 제한이 없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친한 사람을 주주총회에서 복수 선출하는 현실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사항이다. 오히려 분리선출시 100점 부여 외에 감사위원도 이사이므로 정관으로 배제가능하여 유명무실한 상법상 집중투표제를 실제 도입한 회사에 100점을 부여함으로써 경영권 침해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각에서 볼 때 폐쇄적 경영을 벗어나도록 한 사람 정도 이사나 감사위원으로 참여가능케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의 삼일회계법인(PwC거버넌스센터)이 발간한 2024 이사회트렌드리포트(KOSPI상장회사 이사회 현황과 시사점), p.3에서 우리나라 주요 상장기업의 지배구조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중 불과 3% 만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전략적 과제라고 보고하고 있다.)

3) 평가항목 중 감사기구 전문성 분야(총 200점)에서도 단순히 회계 또는 재무전문가 2인 이상 둔 경우 50점을 부여하고 있으나 법이나 규범의 준수는 기본으로 하고 미준수시 감점요소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며, 회계보고서 작성 및 이해능력(미국 SOX법의 financial literacy)이 없는 재무전문가 보다는 ’감사‘전문가가 1인 이상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도록 평가항목을 조정해야 명칭상 감사위원회에 걸맞을 것이다.

4) 평가항목 중 자체노력 분야(100점)에서 소규모 상장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30점) 또는 연결기준 내부회계제도 감사(30점) 외에 자진하여 주기적 지정제 도입을 신청하는 경우 40점 부여를 인정하는 파격적 항목 도입을 제안한다.

끝으로, 감사비용 상승이 외양이지만 국제적 비교와 인플레 등을 감안할 때 실질적 감사비용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주기적 지정제 탈피의 핵심은 감사받는 기업측의 감사계약 주도권(甲) 회복인 만큼 당초 회계개혁시의 정책기조를 유지하지 않고 ’28년 원점 재평가 약속 시행 전에 밸류업 정책 도입을 핑계로 무리하게 조기유예를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주기적 지정제가 회계투명성 제고 수단인 만큼 밸류업 정책과 같은 지향점을 가지는 정책인데도, 이를 역방향으로 기업측의 자유선임기간을 3년 늘려(9+3) 회계개혁 이전처럼 대주주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돌아가 감사일감-보수 마케팅경쟁하면서 감사투입시간 줄이고 회계투명성 약화를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나마 회계개혁 후 국제적 위상이 조금 올라가 주요 66개국 중 현재의 47위에서 더 이상 비상하지 못하게 되어 주기적 지정제를 형해화할 3년 유예안을 이 시국에 성급히 도출하지 말고 자제하는 것이 당국의 정책 일관성 확보 차원에서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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