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HMM, SK해운 인수 작업 전격 중단…"원점 재검토"[시그널]

2025-04-25

HMM(011200)이 SK해운 사업부 인수 작업을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내부에서 HMM 경영권 매각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지면서 당장 HMM의 덩치를 키우는 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한앤컴퍼니에 SK해운 인수 작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최근 해양진흥공사 측과 직접 만나 SK해운 인수를 재검토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냈다”면서 “한앤코에도 이 내용이 전달돼 협상이 멈춰섰다”고 말했다.

SK해운 최대주주인 한앤코는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임하고 올해 2월 HMM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HMM은 지난달 중순 실사를 마치고 최근까지 한앤코와 실무 협상을 진행해왔다.

양측은 매각 대상을 SK해운 내 원유운반선(VLCC) 20여 척, LPG선 10여 척 등을 포함한 일부 사업부로 좁혀가는 단계까지 발전시켰다. 또 SK해운이 SK그룹과 맺어둔 장기 계약 조건을 얼마나 더 연장할 수 있는지를 가격 결정의 중점 협의 대상으로 올려두고 있었다. HMM은 협상이 마무리될 시 5월 이사회를 열어 인수를 승인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목표도 세워뒀다.

그러나 최근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하락이 이슈로 떠오르며 HMM 경영권 지분 매각이 우선 돼야 한다는 산은 측 주장에 힘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HMM이 SK해운을 인수해 덩치가 더 커지면 산은의 자금 회수 계획이 더 꼬일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HMM의 최근 시가총액은 17조 원에 육박해 있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투자금 등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금융 당국은 13%를 은행의 건전성 유지 마지노선으로 두고 있다. 산은이 보유해온 HMM 잔여 영구채가 이달 초 모두 주식 전환되며 산은의 지분율이 36.02%까지 오르자 BIS 비율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강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 간담회에서 언급한 지분 매각도 이런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 회장은 간담회에서 “산은의 HMM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하는 게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HMM 주가가 지금보다 5000~6000원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산은의 BIS 비율은 13% 초반까지 낮아진다”고 밝혔다.

실제 산은은 최근 HMM 경영권 매각이 가능할지 자체적으로 인수 후보군을 추리고 초기 검토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전인데다 강 회장의 임기가 6월 종료된다는 점, 또 다른 대주주인 해양진흥공사도 HMM 매각에 미온적이라는 점 등이 맞물려 HMM 경영권 매각은 당장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크다.

IB업계에서는 HMM이 올 초 발표한 2조 5000억 원 이상의 주주환원 계획에 따라 회사가 최대 2조 원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실행할지 눈여겨보고 있다. 공개매수가 실제 단행되면 산은은 HMM 일부 지분을 팔고 수천억 원의 투자금을 회수하게 돼 BIS 비율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의 투자금 회수가 가시화되면 HMM의 해운사 인수 작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HMM은 현재 세계 8위(24년 11월 기준 선복량 88만 TEU) 선사지만 7위인 대만 에버그린(173만 TEU)과 격차가 매우 크다. 컨테이너선 외 부족한 사업부를 인수합병(M&A)해 덩치를 불려가는 게 회사 입장에서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앤코 역시 HMM과 협상이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고 보면서 HMM의 우협 지위를 정식 박탈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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