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기술과 응용] 우주 타코로 여는 미세중력 세계의 농업 자동화(2)

2025-05-01

지난 호(우주식량(7))에서 우리는 인공태양과 과학 캐리어 및 물 공급 시스템을 연계한 일종의 전자동 수경재배 시스템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의 APH(Advanced Plant Habitat) 시스템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APH 시스템을 통해 진행된 대표적인 식물 재배 실험들을 살펴보며 그 의의를 확인하고자 한다.

APH의 대표적인 식물 재배 실험으로 Plant Habitat-01(PH-01), PH-02, PH-03, PH-04, PH-07이 있다. PH-05와 06은 이전 호(우주식량(6))에서 소개한 ISS의 식물 재배 장치인 Veggie에서 수행되었다.

2018년에 수행된 PH-01은 APH에서 수행된 첫 식물 재배 실험으로, 식물학 및 생명과학 연구에서 모델 식물로 사용되는 애기장대와 녹색혁명의 핵심 작물로 평가되는 왜성 밀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APH의 첫 구동인 만큼 APH 하드웨어를 검증하고, 우주와 지구에서 재배된 식물 간의 유전학, 대사, 광합성 및 중력 감지 등을 비교하는 다중 오믹스 연구였다. 오믹스(Omics) 연구는 생명체 내 특정 분자 집단 전체를 포괄적으로 분석하여 생명현상과 질병의 메커니즘을 시스템적으로 이해하려는 연구 분야이다.

PH-01을 통해 획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미세 중력 환경에서 뿌리의 성장 방향은 이용 가능한 수분을 찾아 이동하는 수분 굴성(hydrotropism)에 따라 주요하게 영향을 받았다. 2) 우주 자기장은 식물 세포 내 유전자 발현 조절 과정(전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3) 미세 중력 환경에서 뿌리의 중력 감지에 관여하는 아밀로플라스트(amyloplast)의 크기가 증가한 반면, 지구 중력을 시뮬레이션한 회전 조건에서는 아밀로플라스트가 감소했다. 즉, 지상 실험만으로는 우주 환경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4) 미세 중력 환경에서는 느린 속도로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5) 우주 환경에 노출된 식물은 지구 대비 전반적으로 성장 속도가 감소했다. 6) 식물 세포벽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리그닌(lignin) 형성이 지상보다 현저히 감소했다. 이는 우주 환경에서 식물의 구조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PH-02는 2020년에 무를 각각 27일 동안 두 차례 재배한 실험이다. 무는 짧은 재배기간, 식용 가능성 및 애기장대와 유전적 유사성으로 인해 모델 식물로서 선정되었다. 우주환경과 배양조건에 따라 대사산물 축적, 풍미, 효소활성, 무기물 흡수 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었다. 우주에서 뿌리를 먹는 구근 식물의 재배가 가능함을 입증하여 기존 잎채소 실험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결과라 할 수 있다.

실험 결과 1) 우주에서 재배된 무는 지구의 것과 유사한 영양소 함량을 보였다. 우주 환경에서도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채소 생산이 가능함을 보여 주었다. 2) 지구에서 재배한 무 대비 풍미와 효소 활성에서 약간의 차이가 발생하였으나 우주비행사 인터뷰에서는 동일하다고 평가받았다. 즉, 지구 대비 유사한 무이지만 대사 및 유전자 발현에서 미묘한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세 중력, 방사선, 밀폐된 환경 등 우주 특유의 조건이 식물의 생리적, 분자적 반응에 영향을 미침을 나타낸다.

PH-03은 우주 환경에서 식물이 겪는 후성 유전적 변화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을 평가한 실험으로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를 사용하여 수행되었다. 크게 A, B 2단계로 진행하였는데, A단계에서는 지구에서 가져온 애기장대 씨앗을 APH에서 성장 및 수확하여 지구로 회수하고 후성 분석을 하였다. B단계에서는 A단계에서 얻은 2세대 우주 종자를 실험군으로, 지구에서 재배된 2세대 종자를 대조군으로 APH에서 동시 재배하여 비교하였다. 이 실험의 핵심 질문은 우주에서 재배하여 얻은 씨앗이 다음 세대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NASA 공식 문서에 발표된 것이 없다.

2021년에 수행된 PH-04는 ISS에서 뉴멕시코 해치 그린 페퍼를 미세 중력 환경에서 재배하는 NASA 최초의 고추 재배 실험이었다. 고추의 발아와 성장에는 약 4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APH가 긴 성장 주기를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기도 했다. 실험은 48개의 고추 씨앗을 소독하여 APH 내에 심고 자동화된 환경 제어를 통해 지상 대조군과 동일한 조건에서 재배하는 것이었다. 고추는 두 차례 100일, 120일에 수확이 이루어졌고 일부는 우주비행사들이 시식하고(우주 타코) 나머지는 영양소 분석을 위해 지구로 회수되었다.

PH-04를 통해 확인한 결과는 이렇다. 1) 지상 대조군 대비 APH 고추는 열매 맺는 시기가 지연되었다. 이는 미세 중력 환경에서 수분 등의 유체 움직임이 발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2) 지구에서처럼 꽃과 열매를 연결하는 과병이 굽지 않고 직선 형태를 보였다. 이는 중력의 영향을 보여준다. 3) 시식 결과 맛과 풍미에 있어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4) 군락양자지수(Canopy Quantum Yield) 측정에서 일반적인 칠리 페퍼의 측정값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는 우주 환경이 군락 광합성 효율을 크게 저해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PH-07은 미세 중력 환경에서 적색 로메인 상추 재배에 네 가지 수분 조건인 만성적 과습, 만성적 부족, 간헐적 시듦, 정상 수분을 인위적으로 조성하여 상추의 성장, 발달, 영양소 함량, 뿌리 주변 미생물 군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것이 목적이다. 2024년 말을 기준으로 진행되어 현재는 그 현황을 확인하기 어렵다.

실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미세 중력에서 수분 수준에 따라 상추의 생육 특성을 확인한다. 2) APH의 정밀한 수분 제어를 위한 운영 데이터를 획득한다. 3) 재배 샘플에 대해 식물 화학, 미생물 군집, 단백질체학 등 다각도 분석을 통해 우주에서의 식물 건강 유지와 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초 데이터를 획득하고자 한다.

APH의 대표적인 실험들을 살펴보면, 재배가 쉬운 작물에서 어려운 작물로, 단기 재배에서 장기 재배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유전자 수준에서의 생리적 화학적 변화, 자기장과 중력 그리고 수분 및 인공광 등 다양한 형태의 환경 조건에서의 재배 데이터를 획득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실제 작물 재배기로 사용되는 APH의 운영과 제어에 대한 테스트와 업그레이드 및 관리와 유지 보수에 따른 경험 또한 중요한 실험의 요소라 할 수 있다.

이영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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