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물론 주요 국가들이 급격히 보호무역 기조로 선회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도 공격적 투자보다는 경비절감, 구조조정에 힘을 쏟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제도들도 시행시기도 늦춰지거나 완화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ESG 관련 규제를 간소화하는 개정안인 옴니버스 패키지(Omnibus Package)를 발표했다.
ESG 정보 공시 대상기업의 범위를 좁히고 보고내용을 줄이며, 공급망실사 또한 범위와 주기 등을 축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후속 입법절차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지켜봐야겠지만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EU 산업경쟁력 확보 및 경제안보 강화를 선언한 점을 고려할 때 일정 기간 이러한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EU는 지금까지 이어져온 정책방향을 전환한 것이 아니며, 미국 또한 자세히 살펴보면 강제노동, 분쟁광물에 대해 기존과 같은 규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즉, ESG를 종국적으로 포기한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나라로서는 준비시간을 번 것이니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최대한 이 시간을 활용하여 다가오는 변화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변 국가들도 준비작업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은 지난 5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에 부합하는 자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확정하여 공식 발표했고, 관련 법령 개정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도 작년 12월 지속가능성 공시 1차 기준을 발표했고, 2030년 완전시행을 목표로 후속 공시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 역시 조용하지만 치밀하게 ESG 제도 시행을 준비해야한다. 마침 지난달 '제2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새로 출범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지원 정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ESG 경영의 주체인 우리 기업들로서는 ESG 정책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ESG 워싱 리스크다. 이미 자율공시를 시작한 기업들의 ESG 관련 정보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공개된 상태이다. 곧 개최를 앞두고 있는 국내 상장회사 주주총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행동주의 펀드와 소수주주제안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과정에서 공개되어 있던 ESG 정보가 어떻게 활용될지는 잘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ESG 워싱 리스크는 점차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ESG 공시와 관련된 소송의 비중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 각국 법원에서 진행되는 소송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을 집행하는 OECD 기업 책임경영 한국연락사무소(NCP)에 제기되는 이의제기 사건 또한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와 같은 ESG 워싱 리스크를 예방하려면, 먼저 공시되는 정보의 출처가 되는 본연의 사업활동 단계에서 ESG 규제와 관련된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내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황은 복잡하고 어려워졌지만 대응방안은 간단하다. ESG 경영의 내재화에 집중할 때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공동센터장·변호사 jhoh@onelaw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