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정각마다 높이 128m의 폭포에서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디지털 미디어기술로 구현한 ‘Waterfall-NYC(뉴욕의 폭포)’라는 작품이 선보였다. 대도시인 뉴욕의 도심지 전광판에 광고물이 아닌 큰 폭포가 쏟아지는 모습은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을 만든 곳은 서울 디지털 디자인&아트 컴퍼니 ‘디스트릭트’(대표 이성호)이다. 디스트릭트 박유나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뉴욕의 폭포는 원래 일주일만 전시할 계획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전시 기간이 한 달로 늘어났다”며 “이 전시를 전후로 자연을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를 보여 줄 수 있는 국내외 아르떼뮤지엄이 잇따라 들어섰다”고 말했다.
현재 디스트릭트 아르떼뮤지엄은 2020년 9월 제주, 21년 7월과 12월 전남 여수와 강릉, 올해 7월 부산에 이르기까지 국내 4곳이 문을 열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두바이, 중국 청두 등 해외에도 전시관 3개를 운영 중이다. 특히 부산은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영도에 폐조선소를 활용해 전시관을 열어 도시재생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도는 조선 산업 발상지이자 1960년~70년대 초반까지 대표적 조선산업 기지였다. 이에 대형조선소와 수리조선소가 즐비했지만 70년대 중반 이후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인구가 급격히 줄어 사실상 ‘노인과 빈집’만 남은 쇠락한 도시로 전락했다. 실제 21만 4000여명이었던 인구는 10월 현재 10만 4661명까지 줄은 상태다. 이에 부산시와 영도구 등은 아르떼뮤지엄 유치를 추진했다.
지난 30일 오전 11시 찾은 영도구 동삼동 아르떼뮤지엄 부산은 평일인데도 관광객 발길이 이어졌다. 아르떼뮤지엄은 뉴욕의 폭포처럼 ‘아나몰픽 일루션(시각적인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착시기술)’이라는 핵심 기술로 만든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거나 세계 유명 미술관 등과 협업, 기존 명화에 디지털 기술을 입혀 생생하게 보여준다. 평면 스크린에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사용해서 입체감이 느껴지도록 표현하는 방식이다. 몰입형 콘텐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 부산에서는 허공에 떠서 순환하는 원형의 모래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어떤 순간을 느낄 수 있는 서클(CIRCLE), 달콤하게 불어오는 꽃 바람과 향기까지 직접 맡을 수 있는 꽃(FLOWER) 등 시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19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국내외 모두 합치면 86개 창작 작품이 있는데, ‘여수의 꿈’ ‘빛의 정원, 제주’ ‘별빛 부산’등 해당 지역 특징을 표현한 작품이 포함돼 있다.
또 프랑스 3대 미술관인 오르세 미술관과 협업한 ‘오르세 특별전’도 볼 수 있다. 높이 6.5m에 약 595㎡ 규모인 대형 공간에 들어서면 과거 기차역이었던 오르세 미술관이 열차를 타고 있는 듯 스쳐 지나간다. 이어 인상주의 화가인 마네·르누아르, 탈인상주의 화가 로트렉, 후기 인상주의 고갱과 세르지에,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등이 미디어아트로 새롭게 구현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장수진 아르떼뮤지엄 부산 관장은 “부산은 개관한 지 3개월 만에 22만여명이 찾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영도에는 아르떼뮤지엄 외에도 폐조선소 등을 활용한 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아르떼뮤지엄 바로 옆에 있는 배 모양의 복합문화공간인 피아크(P.ARK·9917㎡)다. 플랫폼을 뜻하는 ‘P’와 노아의 방주를 뜻하는 ‘아크(Ark)’를 합해 ‘플랫폼 오브 아크 포 크리에이터(Platform of Ark for Creator)’, 즉 창작자가 모여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일종의 방주라는 개념을 도입한 카페다. 이 외에도 영도구 봉래동 커피 거리의 ‘모모스’와 대평동 ‘에세떼’ 등도 조선소 관련 건물을 활용한 카페다.
박근록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조선소 건물에 문화를 입힌 시설이 잇따라 들어오면서 쇠락해 가던 도시가 활력을 얻고 있다”며 “영도를 포함해 원도심에 오페라하우스나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들어서면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에 걸맞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