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을 주장한 강혜경씨가 검찰에 명태균씨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수행한 비공표 여론조사 방법 일체를 진술한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검찰은 곧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 측이 수행했다는 비공표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는 지난 26일 강혜경씨를 소환해 명씨와 강씨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수행한 비공표 여론조사 조작 방식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고 한다. 이날 검찰이 캐물은 여론조사는 2021년 5월 13일~2022년 1월 7일 사이 실시된 것으로, 명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수행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 등 총 9차례다.
강씨는 이날 조사에서 “명씨의 지시로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구체적인 조작 방법론 일체를 설명했다고 한다. 강씨가 사용한 조작 방법은 ▶여론조사를 진행하다 멈추고 표본을 근거없이 늘리는 ‘뻥튀기’ ▶다른 여론조사의 데이터를 가져와 로데이터를 새로 만드는 ‘그리기’ 등이다. 검찰은 강씨 측으로부터 “명씨가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쌓았고,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받아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비공표 여론조사의 경우 표본 등을 조작하더라도 구체적인 범죄혐의로 보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선거범죄를 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비공표 여론조사는 표본을 조작하든 말든 공표하지 않으면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조작한 여론조사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돈을 받았다면 사기, 비공표 여론조사의 대가로 공천을 줬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즉 강씨가 비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한 것은 범죄혐의가 성립하지 않지만, 이를 통해 명씨가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얻었다면 이는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강씨가 검찰에 ‘비공표 여론조사 조작방법’을 진술한 것이 사실상 명씨를 겨냥한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강씨 측은 26일 중앙일보에 “이 사건의 쟁점은 불법 정치자금 기부 행위와 사기다. 명씨가 조작한 비공표 여론조사를 통해 누구에게 얼마나 돈을 받았는지 수사로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명씨 측은 “여론조사 보정을 지시했을 뿐 조작을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다음 조사에서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수행한 것으로 전해지는 비공표 여론조사 조작 방식을 조사할 방침이다.
반면 명씨 측은 26일 조사에서 강혜경씨의 책임을 거론하고 나섰다. 명씨가 경북 지역 재력가로부터 1억원을 수수하고 그의 아들을 대통령실에 취업시켜줬다는 ‘취업청탁 의혹’에 대해 “명씨가 받은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돈을 받은 계좌 명의자는 강혜경씨로 알고 있다”며 강씨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다. 명씨 측은 기존에도 김영선 전 의원과의 ‘세비 상납 의혹’에 대해서도 “강씨와 김 전 의원 사이 돈거래”라며 강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자금도 “강씨가 착복해왔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창원지검은 27일 대통령실 취업청탁 의혹 당사자인 경북 지역 재력가를 소환했다. 대통령실 직원으로 알려진 재력가의 아들은 26일 이미 소환조사를 마쳤다. 창원지검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와 인근 국회의원회관에 위치한 당 기획조정국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등 관련 당무감사와 공천심사 자료 등을 확보했다. 공천개입에 이어 대통령실 채용비리까지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셈이다.
한편 명씨에 대한 구속적부심 심문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창원지법에서 진행됐다. 명씨의 구속이 합당한지 다시 심사해 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로, 빠르면 27일 늦은 저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명씨의 구속적부심 청구 이유가 받아들여지면 명씨는 즉시 석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