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장고에 들어서자 오래된 목조 건물에서 풍기는 나무 냄새가 미지근한 열기에 섞여 풍겨왔다. 높이 10m가 넘는 탁트인 창고의 철제 선반에 가득 들어차있는 것은 나무 기둥과 기와들. 수장고에서 떠올릴 법한 그림이나 조각들은 아니지만, 그 못잖은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다.
23일 방문한 경기도 파주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된 지 10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관월당’ 부재가 보관되어 있다. 원소장자인 일본 가마쿠라의 사찰 고토쿠인(高德院·고덕원)과의 약정을 통해 귀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한 달만이다.
관월당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조선 후기 왕실 사당 양식을 지닌 목조 건축물로, 맞배지붕 단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왕실의 격식있는 건물에서 볼 수 있는 의장 요소나 기와를 사용한데다 궁궐 단청의 특징이 확인돼 주목받았다. 당초 경복궁에 있던 건물이라는 설도 있었으나, 최근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대군(大君)급 왕실 사당 규모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장고는 가로 21.6m×세로 46.2m×높이 10.6m의 거대한 창고 형태다. 그 안에 철제 선반이 들어서 있고, 각 선반마다 용도와 위치대로 일련번호가 매겨진 부재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국내로 들여온 부재는 석재와 철물 401점, 기와 3457점, 목재 1124점 등 총 4982점에 달한다.



무거운 것들은 아래로, 상대적으로 가볍고 작은 것들은 위에 배치됐다. 건물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재는 대량, 퇴량, 종량, 도리, 장여, 대공 등 부분별로 선반에 놓여 있었고, 기와는 일본에서 넘어온 상태 그대로 흔히 ‘뽁뽁이’라 불리는 포장재로 감싸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단청의 박락을 막기 위해 흰 종이로 감싼 기둥들도 눈에 띄었다.
무더위가 엄습하는 여름철은 부재 관리가 쉽지 않은 시기이다.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수장고에는 관월당에서 가져온 부재뿐 아니라 숭례문 화재 이후 수습한 부재, 경복궁 주요 전각 부재도 보관되어 있다.
손창일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팀장은 “온도가 28도 이상, 습도가 80% 이상인 상태로 3일 정도 지나면 (나무 부재에) 피해를 주는 곰팡이나 균이 자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간이 워낙 크다보니 전체를 낮은 온도로 유지하려면 막대한 관리비가 든다. 손 팀장은 “약 6년간 모니터링(관찰)을 거쳐 우선 습도가 80% 미만이 되도록 수장고를 유지하면서 각종 부재를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관월당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일본에서 관월당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 원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과거 한양에서 어느 자리에 있었는지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 검토 결과 오늘날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광장이 된 순정효황후 본가 터 등이 우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왕실 관련 사당이라지만, 누구를 모신 곳인지도 불분명하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관월당의 사례처럼 해외에 있는 국가유산 환수 노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해외에 흩어진 우리 유산이 24만7000여점”이라며 “불법으로 반출된 유산은 반드시 환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취임한 허 청장은 향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국가유산 분야에서도)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오는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의 발굴 현장을 볼 수 있도록 투명 유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