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노숙자 만든 APEC"…행사장서 박스 덮고 쪽잠 잤다

2025-11-10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행사에 투입된 경찰관들 사이에서 열악한 숙박·급식 환경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APEC 회의에는 하루 최대 1만9000명의 경찰 인력이 동원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숙소와 식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10일 당시 현장 경찰관들의 숙박 실태를 보여주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이 박스를 이불처럼 덮고 바닥에서 쪽잠을 자는 모습이 담겼다.

또 일부 경찰관들은 영화관 대형 스크린 앞이나 복도에 모포 하나만 깔고 단체로 잠을 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낡은 모텔이나 외딴 여관에 묵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모포가 지급된 경우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받지 못한 경찰관들도 많았다”며 “박스를 구하기 위해 폐지를 줍는 분들에게 부탁해야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는 도시락이 지급되지 않아 사비로 밥을 사 먹거나, 추운 날씨 속에서 식지 않은 도시락을 먹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 경찰관은 “모텔 화장실이 문이 없고 통유리로 돼 있었다”며 “룸메이트한테 보여주기도 민망했다. 감방에도 칸막이는 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오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행사 사진전’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12일과 14일에는 국회 앞에서도 같은 전시를 이어간다.

직협은 “경찰청, 경북경찰청, APEC 기획단이 1년간 준비한 국제행사에 투입된 경찰관들이 이런 대우를 받았다”며 “지휘부에 대한 직무감사와 전수조사, 공식 사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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