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유죄판결을 받았던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서울시립교향악단 비상임이사로 위촉한 배경에 대해 “다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람도 대통령비서실장을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오 시장은 18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도중 박강산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조 전 수석의 이사 위촉 관련 질문을 하자 이같이 답했다. 조 전 수석은 문화계 블랙리스크 사건으로 징역 1년2개월이 확정됐으나 지난 8월 윤석열 정부로부터 복권 받았다. 그는 지난 9월 서울시향이 낸 비상임이사 재공고에 지원해 지난 8일 이사로 위촉됐다.
박 의원이 조 전 수석 이사 위촉을 “문화예술인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행위다. 잘 된 위촉이라 보시느냐”고 묻자 오 시장은 “사면복권의 뜻이 뭐냐. 단죄받으면 사회활동을 하지 말라는 건가”라고 대꾸했다. 박 의원이 “비상임이사 재공고를 앞두고 오 시장이 조 전 수석과 소통했느냐”고 묻자 오 시장은 “그런 걸 다 밝힐 필요는 없지 않느냐. 정상적인 절차를 다 밟았는데 무슨 문제가 되겠냐”고 말했다.
박 의원이 “시민의 눈높이가 있지 않느냐”고 하자 오 시장은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광재 전 의원”을 언급하고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람이 대통령비서실장도 하지 않느냐. 나라 안보를 위태롭게 한 사람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자리에 갔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첫 대통령비서실장이던 임종석 전 실장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의 연관성도 재차 부인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 “김영선 의원이 처음 (명씨를) 모시고 온 것은 기억난다. 그 때 ‘(명씨와) 인연을 계속하지 않는 게 도움 되겠다’고 느껴 참모에게 ‘더 이상 이분(명씨)을 만날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이후로 만남은 계속되지 않았고, 참모진과 (명씨가) 크게 다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명씨가 ‘자신이 뒤에서 도왔다. 판을 짰다’고 하는데 뒤에서 숨어서 도와줬다면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불행히도 그분이 도울 일이 없었다”고 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선거 당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끝까지 반대했다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 때 “명씨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했다”고 한 바 있다. 박 의원이 고소 여부를 묻자 “터무니없는 일에 고소·고발하면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제 고향은 서울이고 외가는 경북 상주다. 당내에서는 제 고향이 전남 담양이라는 말이 도는데 이런 것까지 내가 고발해야 하느냐”고 답했다.
오 시장은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지구당 부활’ 여론에 대해 “과거엔 후원금을 충분히 얻을 수 있던 당협위원장이 밥을 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지구당 내에서 경제력 튼튼한 분들이 기여를 많이 하게 되고, 당협위원장은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공천 때 신세를 많이 준 분들에게 마음이 기우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지구당이 없는 현 제도는)이를 제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