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더 절박해진 생물다양성 보호

2025-05-22

유엔은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 발표를 기념해 매년 5월 22일을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로 기념해오고 있다. 생물종의 다양성에 대한 협약과 기념일 제정은 빠르게 감소하는 생물다양성을 지켜내기 위한 전 세계인의 의지다.

생물다양성은 인류에게 어떤 의미일까. 우선 인류의 식량자원은 생물다양성에 기원한다. 지금 우리가 주식으로 삼고 있는 벼나 밀도 먼 옛날에는 야생의 상태로 존재했다. 그러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 환경 변화는 이러한 인류의 주식이 생존하기에 부적합한 환경을 초래해 그것들이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미 열대지역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해 쌀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22일은 ‘세계 생물 다양성의 날’

기후 위기로 인류도 생물도 위협?

생물다양성 지키는 노력 동참을

식량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질병을 고쳐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요구되는 다양한 의약품을 찾는 것도 생물다양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생물다양성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 기능을 통해 지구 생태계의 안정성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능이 작동하기에 지구는 다른 별과 달리 인간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는 온화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생물다양성은 왜 빠르게 감소하고 있을까. 우리 인류도 생물의 한 종류가 틀림없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면서 다른 생물들이 사는 공간을 빼앗았고, 그 공간을 조각내 환경의 질을 악화시켰다.

이에 더해 상품 가치가 있는 생물들을 마구 잡아 이용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해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훼손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를 유발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총체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자연은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생물 한 종이 사라지면 그것과 연결된 수많은 종이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한 원인으로 ‘멸종의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하며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멸종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은 서식처 파괴와 그 질의 저하다. 따라서 이러한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살아가는 서식처를 보존하고 복원해야 한다. 인간 활동의 직·간접적 영향을 모두 고려했을 때 지구 곳곳에 그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그에 따라 인류가 출현한 역사가 지질시대가 변할 만큼 길지 않음에도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연구가 등장할 정도로 인간이 지구생태계에 준 영향은 크다. 더구나 인류가 지구에 가해 온 영향은 대부분 지구생태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국지적 차원은 물론 지구 전체적으로도 균형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양한 환경문제를 낳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계 곳곳의 생태계는 손상되거나 파괴됐고, 건강해 보이는 생태계조차도 인류의 과도한 토지 이용으로 잘게 파편화돼 그 질이 크게 떨어져 있다.

이러한 생태계의 질 저하는 다시 인류의 삶과 복지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인식한 선진사회는 ‘상처받은 지구 치료 프로그램(UN Decade on Ecosystem Restoration)’이나 ‘자연 기반 해법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병든 지구를 치료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그들이 발휘하는 생태계 서비스를 지속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행동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감소와 손실은 환경 분야를 넘어 경제 분야에서도 중요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향후 10년 안에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생물다양성 소실이 꼽혔다.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4조5000억 달러(약 6215조원)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을 위해 기업의 자연자본 의존성과 영향을 평가해 공개하는 자연자본 공시 의무화를 서두르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생물다양성 위기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생물다양성을 지켜내기 위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 좋겠다. 생물다양성을 지켜내 다양한 생물이 제공하는 생태적·경제적 효과를 앞으로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창석 국립생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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