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 “출생·혼인 반등 희망적… 정책 지속성에 대한 신뢰 중요” [세계초대석]

2024-11-05

경제가 발전할수록 출산율은 하락

한국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가 문제

출산이나 결혼과 관련된 의사결정

당장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하는 것

육아휴직 급여 인상·유연한 근무 등

일·가정 양립문화 정착 위해 온 힘

주거혜택·육아부담 해소정책 통해

긍정적 인식 전환·확산 노력 필요

“작년 대비 출생률과 혼인 건수가 반등한 것은 그간의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거라고 봅니다. 혼인 건수가 늘어나면 약 2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출생아 수 증가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출생률뿐 아니라 혼인 건수가 같이 늘고 있다는 건 상승세가 올해로 그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반전의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볼 수 있어 희망적입니다.”

윤석열정부 초대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인 유혜미 저출생수석은 4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서울 출생아 수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저출생 문제에 반등의 청신호가 켜진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유 수석은 지난 1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유 수석은 최근의 혼인 건수 반등에 대해 “코로나 기저 효과는 2022년 3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가 가장 컸고 지금은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지났기 때문에 지금 혼인 건수가 느는 것은 정책 효과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며 “특히 이른바 ‘결혼 페널티’라고 불리던 문제들이 해소되면서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수석은 혼인·출산의 의사결정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기대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유 수석은 “출산이나 결혼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당장 어떤 것이 좋아졌다고 해서 정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 나와도 앞으로 그런 정책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잠깐 수치가 좋아졌다고 해도 정부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해 나갈 거고 지속가능한 정책들을 계속 발표할 거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정책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유 수석과의 일문일답.

―우리나라의 출생률 하락 추이는 다른 나라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경제가 발전하며 출산율이 하락하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다른 건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거다. 이렇게 유례없이 빠른 속도는 정상적이지 않다. 그런데 대체로 소득이 높아지면 출산율은 낮아지는데,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갑자기 고소득 여성들의 출산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 적이 있다. 왜 그런가 살펴봤더니 그 시기에 양육이나 돌봄 관련 비용이 엄청 낮아진 거다. 베이비 시터나 돌봄 시설 비용이 줄어드니 출산이 늘었고 그 기간 동안 가정 내에서 맞돌봄도 훨씬 활성화됐다. 소득이 높아지더라도 출산율이 반드시 하락하진 않는다는 예시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일과 생활이 양립 가능해지면 소득과 출산율의 관계가 훨씬 약해진다는 연구가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도 그저 ‘소득이 높아졌으니 당연히 출산율이 하락하는 거지’ 이렇게 볼 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어떤 다른 부분을 보완해 주면 일·가정 양립 문화를 정착시켜 출생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정부에서 일·가정 양립 관련 정책이 상당히 많이 강조되고 있다.”

―일·가정 양립 정책 중 특히 핵심이 되는 건 뭔가.

“육아휴직이 큰 부분이다. 특히 육아휴직의 급여를 인상한 부분이 핵심적이다.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급여가 평소보다 많이 깎인다. 이로 인해 경제적인 이유로 육아휴직을 못 쓰는 분들이 많았는데 현 정부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상당히 높였다. 또 이 과정에서 부부가 같이 육아휴직을 쓰면 기간을 더 길게 쓸 수 있게 한다든지 부부가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쓸 경우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높여주는 정책들로 맞돌봄을 강화하고자 했다. 육아기나 임신기에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부분과 아이가 커가면서 필요해지는 유연한 근로 형태를 기업이 도입하도록 정부가 장려하고 지원하는 정책도 있다. 이런 정책들이 대기업에선 잘 시행되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 등에선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 위해 정부가 중소기업 위주로 지원금이나 장려금을 주는 정책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중 우수 일·가정 양립 사례를 발굴해 포상하고 홍보하면서 일·가정 양립 정책이 결국 이직을 줄이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등 기업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고 있다.”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정책도 필요할 것 같다.

“인식이라든지 문화적인 접근이 최근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아무리 제도를 잘 안착시켜도 ‘결혼을 꼭 해야 하나’, ‘결혼이 더는 필수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실제 결혼이나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가족·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거나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인식 전환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양육 관련 용어 변경이 인식·문화적 접근의 일례다. 단지 용어를 바꾸는 것이지만 그걸 통해 양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그에 따른 부모들의 부담을 해소하고 육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려는 것이다. 인식·문화적 접근이 그동안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저고위에서도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 이런 동영상 공모도 했다. 그런데 단지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행복하다거나 아이가 귀엽다는 정도로는 사람들이 갑자기 마음이 변해 출산할 거란 기대는 하기 어렵지 않나. 그보다는 관련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각자의 상황에 맞게 맞춤형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부분에서 추진 중인 정책은 무엇인가.

“장애가 있는 부모들이 비장애인 부모들은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결혼이나 출산을 걱정하는 장애인들도 많다. 기존 대책들은 단태아나 비장애인 부모 위주로 되어 있었다면, 그런 정책들로 충분히 지원받지 못하는 분들을 어떤 식으로 더 지원해 드릴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육아휴직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특고(특수고용직 근로자)·노무제공자라든지 그런 분들에 대해서도 정책 커버리지를 넓혀갈 수 있는 부분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

―혼인·출산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주거안정 대책이다.

“결국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집값이 안정돼야 그에 덧붙여서 출산이나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 혜택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현 정부에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지 않나. 현재는 소득 대비 집값이 상당히 높다 보니 수도권 등의 지역에서 주택을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가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임대주택 장기전세를 저출생 대응 정책으로 내놨는데, 임대주택이긴 하지만 결혼해서 출산하고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 안정적으로 한 집에 거주할 수 있다 보니 호응도도 높고 신청하는 가구 수가 많았다. 꼭 구매가 아니라 임대주택이더라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도 신혼부부나 출산 가구에 상당히 메리트(이익)가 있을 것 같다.”

―인구부 관련 법안이 아직 통과가 안돼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현재는 인구부 설립 법안이 아직 통과된 것이 아니라 인구부 예산이 안 담겨 있고 인구부가 설립되면 저고위도 존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저고위 예산도 안 담겨 있는 상황이다. 저고위의 예산은 아마도 예비비의 형태든 무엇이든 담길 거다. 그리고 인구부의 법안이 통과되는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이번 예산 관련 절차가 모두 끝난 다음 통과된다고 하면 내년에 아마 예비비로 인구부 예산은 담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저출생 대책으로서의 이민정책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민 관련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고는 보고 있다. 인구부가 설립되면 (이민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좀 더 역할을 하게 될 거다. 현재는 법무부와 고용부, 여성가족부 세 부처에서 이민 관련 거버넌스를 나눠서 다루고 있다. 그런데 결국 이 세 부분이 합쳐져서 정책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인구부가 설립되면 이민정책도 인구부의 정책 안으로 들어가야 할 거라고 본다. 인구부 안에 이민청이 포함되는 것을 지금 당장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필요하면 인구부 내에 이민청도 설립할 수 있다고는 보고 있다. 인구 관련 법안에 국가 간 인구 이동과 해외 인재 유치 관련 부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민정책에 관한 것이 인구부로 포함될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볼 수 있다.”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은…

●197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석·박사 ●한국은행 조사국 통화분석팀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 경제학과 조교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포용금융으로 다가서기’ 특별위원장 ●윤석열정부 초대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

대담=이천종 정치부장, 정리=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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